“그룹별 투표결과 공개 못한다”는 현대차 노조[기자의 눈/변종국]

변종국·산업1부 기자

입력 2022-07-21 03:00 수정 2022-07-2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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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엔 임단협 3개 그룹 나눠 공개
‘생산직에 비해 홀대’ 사무-연구직
“그동안은 무시, 올핸 아예 지워져”


변종국·산업1부

19일 현대자동차의 2022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이 61.9%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다. 임·단협은 무난하게 마쳤지만 노조 내부에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투표 결과 공개’ 여부를 두고서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잠정합의안 투표를 마치면 울산 공장(1∼5공장)과 엔진, 변속기, 판매, 정비, 남양연구소 등 각 직군 및 사업장을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찬반 인원과 비율을 공개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그룹별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투표 결과 미공개 방침에 대해 사무·연구직 직원들과 남양연구소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양연구소는 그동안 울산 5공장과 변속기 직군과 합쳐져서 투표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해 기준 남양연구소 투표 인원은 약 4800명이었다. 지난해 이들 중 약 70%가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직전 해인 2020년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몇 년 전부터 현대차 사무·연구직 등은 보상 확대를 요구하면서 목소리를 높여 왔다. 노조가 기술, 생산, 정비 등 생산현장 직원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결국 회사와의 합의안도 ‘공장(생산직)만 좋은 조건’이라는 것이 불만의 배경이다. 사무·연구직을 중심으로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지만 공식 교섭단체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무·연구직들은 투표 결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는데 그 창구마저 닫혔다는 것이다. 이들 사이에선 “그동안 연구소와 MZ세대가 무시당했는데, 올해는 아예 지워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대차 블라인드 등에는 “올해 임·단협에서 남양연구소 직원 69%(약 3030명)가 반대를 했다”는 글이 돌고 있다. 사실인지 확인이 안 되지만 이런 글로 인해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남양연구소 위원회는 20일 소식지를 통해 “개표와 개표 결과 공개를 (노조 집행부에) 제안했으나 울산지부는 자체 개표를 진행하되 결과는 개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 비공개는) 단체교섭을 무리 없이 이끌어 가기 위해 전략적, 종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한 직원은 “시장 선거를 하면서 구별 선거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민심을 어떻게 읽을 수 있냐. 꼼수다”고 반문했다.

현대차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의 이면에 남아 있는 진통은 앞으로 많은 기업에서 세대 및 직군 간 ‘노노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노노 갈등도 노사 갈등만큼이나 회사 발전을 저해한다. 많은 기업이 앞으로 풀어 가야 할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변종국·산업1부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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