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인권 좋아졌지만…생활관 시설·급식량 여전히 열악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7-20 17:05 수정 2022-07-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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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소재 육군훈련소.ⓒ 뉴스1

군 신병훈련소 훈련병들의 인권이 대체로 양호하게 보장되고 있지만 생활관 시설과 급식량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원회는 용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육·해·공군·해병대 훈련병 1348명과 훈련소 운영요원 47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설문·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2021년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20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훈련소 내 훈련병의 인권상황은 비교적 양호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78.9%)은 훈련병의 전반적인 인권보장 수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중 해병대 훈련병들은 97.0%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공군 훈련병은 부정적 응답이 49.0%로 긍정 응답(38.3%)보다 많았다.

입대 전 생각했던 것과 비교할 때 훈련병의 실제 인권상황이 더 좋다고 느꼈다는 응답자는 60.4%였으며 구타·가혹행위·언어폭력·성희롱·성추행 등 인권침해 피해를 겪은 훈련병은 극소수였다. 다만 ‘부당한 군기 훈련’을 경험했다는 훈련병은 11.5%로 인권침해 유형 중 가장 높았다.

연구진은 “구타·가혹행위·부당한 군기 훈련 등은 주로 조교에 의해 이뤄지고 성추행과 성희롱은 교관에 의해 이뤄졌다”며 “교관과 조교의 임무 투입 전 직무교육에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수시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훈련병. 2022.5.27/뉴스1
훈련병들의 인권상황은 양호했지만 생활관 시설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머물렀다.

응답자의 25.8%는 생활관 1인당 면적이 좁다고 느꼈다. 국방부는 2005년 병영문화 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침대형 생활관을 도입했으나 여전히 침상형 생활관이 58.8%로 침대형 생활관보다 많았다.

육군훈련소의 경우 침대형 생활관을 일부 도입했지만 기존 생활관에 2층 침대를 설치한 것에 불과해 오히려 1인당 생활공간이 좁아지고 2층 침대의 훈련병들은 고개조차 제대로 들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또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공간 대비 목욕 및 샤워 시설이 좁아 불편하다는 응답은 28.0%였으며 사용인원보다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26.1%였다. 특히 해군은 56.8%가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급식 만족도는 응답자의 56.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급식량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진은 “국방부가 병사 1인당 1일 주식 기준량을 300g로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활동량이 많고 영내 매점이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훈련병들에게는 부대 급식이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기준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훈련병들의 인권상황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면 민간인을 군인으로 탈바꿈시키는 곳이라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내 자녀와 형제자매가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딛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해줄 것은 해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도록 국방정책 결정권자들이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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