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필요시 외화유동성 공급”…‘통화스와프’ 가능성 열어둬
세종=김형민 기자
입력 2022-07-19 21:24 수정 2022-07-19 21:39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재무 장관 회의’ 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양국 장관은 세계-한국경제 동향 및 전망,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외환시장 동향 및 협력, 기후재원, 글로벌보건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한다. 사진공동취재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회의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와 함께 미국이 요청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에 한국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도 전달됐다.
추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옐런 장관을 만나 약 1시간 동안 세계·한국경제 동향 및 전망, 대러 제재, 외환시장 상황, 기후변화 대응 등을 논의했다. 이 중 최근 외환시장 불안과 맞물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가 관심을 끌었다. 올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0원 급등(원화가치는 하락)한 1326.1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가장 높았다. 외환당국이 환율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고는 계속 줄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94억3000만 달러 줄었다. 2008년 11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옐런 장관 방한을 계기로 양국의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기재부는 한미 재무장관 회의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한미 양국이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양국은 앞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00억 달러에 이어 2020년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2년 전 맺은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12월 종료됐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옐런 장관과 30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옐런 장관과 최근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 글로벌 정책 공조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총재는 앞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지난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셨을 때 양국 간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이 말씀하셨기에 외환시장 안정방안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 사이에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옐런 장관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에 한국의 동참을 또다시 요청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다만 “원유 가격상한제는 국제유가와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옐런 장관은 한국의 동참 의사에 사의를 표하고 “향후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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