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행렬에 세계 채권가치 2경 증발

이은택 기자

입력 2022-07-20 03:00 수정 2022-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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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폭 금융위기 때의 2배 달해
손실 커질 조짐에 채권 처분 나서
中 보유 美국채, 1조달러 아래로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올 상반기(1∼6월) 전 세계 채권 가치가 17조 달러(약 2경2328조 원) 하락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하락 폭의 약 두 배다. 니혼게이자이가 인용한 국제결제은행(BIS) 집계 자료에 따르면 세계 채권 가치는 지난해 말 142조 달러(약 18경6503조 원)에서 지난달 말 125조 달러(약 16경4175조 원)로 약 12% 줄었다. 1990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세계 채권 종합지수도 상반기에 12% 급락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채권은 발행될 때부터 금리와 만기가 정해져 있어 만기에 받을 수익금도 고정된다. 과거 저금리 시대에 발행된 채권은 현재 고금리 상황에서 발행된 채권에 비해 기대 수익이 떨어지고 사려는 사람도 적다. 이 때문에 과거에 산 채권을 현재 처분하려면 손해를 감수하고 싼값에 ‘할인’해 팔아야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 손실을 줄이려면 서둘러 파는 게 유리하다. 채권 가치 하락은 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국채 발행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 왔던 신흥국들은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채권을 다량 보유한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사의 손실이 커질 조짐이 나타나자 채권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6월 중국 채권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은 25억 달러(약 3조2813억 원) 이상어치를 순매도했다. 중국도 미국 국채 보유량을 1조 달러 아래로 줄여 5월 기준 9808억 달러(약 1287억 원)까지 내려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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