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빼앗고 삶의 질 떨어뜨리는 후두암, 확실한 예방법은 금연”

차준호기자

입력 2022-07-19 03:00 수정 2022-07-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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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
목소리 쉬고 혹 만져진다면 의심
발병 95%가 흡연과 관련 있어…최근 다양한 연령대 환자 증가
1기 완치율 높아 조기 발견해야…심한 경우 목소리 잃게 될 수도


후두암 4기 진단 이후에 후두와 림프선 절제술을 받은 A 씨(왼쪽)가 주치의인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최정석 교수(가운데)로부터 수술 후 몸 상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A 씨(72)는 올 1월부터 쉰 목소리가 나오면서 헛기침이 이어졌다. 목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이 계속돼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중년 이후 2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6월 중순, 손으로 목을 만졌을 때 덩어리가 잡히는 느낌을 받았다.

A 씨는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인하대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았고, 의료진은 그에게 후두암 4기 진단을 내렸다. 최정석 교수(이비인후과)는 A 씨의 치료를 위해 후두 전(全)절제술과 림프선 절제술을 시행했다. 목 부위의 피부를 절개한 뒤 암 조직이 자리한 후두와 암이 전이된 림프선을 함께 제거하는 수술이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절개한 부위의 상처가 아물면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 제거를 위한 방사선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후두는 목 중앙에 기도와 식도가 분리되는 지점에 위치한다. 호흡과 발성, 기도 보호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후두암의 가장 특징적 증상은 목소리의 변화다. 성대 표면이 조금이라도 불규칙해지면 목소리가 변할 수 있는데, 후두암이 생기면 점점 정도가 심해져 쉰 목소리로 바뀔 수 있다. 또 후두암은 임파선을 따라 목으로 전이될 수 있어서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이물질이 걸린 느낌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음식물을 삼키기 불편해지고, 숨을 들이마실 때 목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의학계에서는 후두암 발병 원인의 95%가 흡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흡연은 후두암 발생의 절대적인 주된 원인이다. 담배에 존재하는 유해 물질들이 후두 점막에 계속 접촉하면 세포가 변하고 성장하면서 흔히 말하는 암이 된다.

주로 50세 이상의 남성에게서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청소년과 여성의 흡연으로 젊은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흡연이라는 발병 원인이 뚜렷한 만큼 금연을 통한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금연을 하면 6년 정도 지나 후두암 발생 위험성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15년 뒤에는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학계의 연구 보고서가 있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도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 레이저 수술과 같은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통상적으로 후두암 1기일 때 완치율이 90%, 2기 80%, 3기 50%, 4기 40% 정도다. 병이 진행될수록 치료율이 점차 낮아진다. 후두암의 조기 발견은 치료의 핵심인 후두 기능의 보존이다. 특히 음성 보존의 가능성을 극적으로 증가시킨다. 후두는 말하고, 숨 쉬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등 다양하고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완치만큼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기간 흡연을 해온 사람일수록 목소리 변화와 통증, 숨쉬기나 음식물 삼키기가 어려운 증상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상당수 흡연자는 장기간 목을 자극해 왔기에 목이 아프거나 목소리가 변하면 일시적인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더욱 주의해야 한다.

후두암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 건강을 위해 금연을 다짐하는 이들은 지역 내 금연지원센터를 찾아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해 인하대병원이 운영 중인 인천금연지원센터는 ‘찾아가는 금연상담 서비스’를 비롯해 금연 캠프, 입원 환자 금연 지원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최정석 교수는 “후두암 진행이 계속될수록 후두 전체나 상당 부분을 제거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음성을 완전히 잃거나 대화하기 어려운 정도의 목소리만 낼 수 있어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며 “후두암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금연하고 목소리가 변하거나 목에 혹이 만져지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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