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머리가 없다’는 건 다 ‘구라’… 진짜 좋아하면 미치기 마련”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7-18 03:00 수정 2022-07-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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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대표적 저술가 자현 스님, ‘세상에서 가장 쉬운 사찰과…’ 출간
철학-미술사학 등 박사학위만 6개, 범일국사 연구로 7번째 학위 준비
‘자현스님의 쏘댕기기’ 유튜브 운영, 2018년 시작해 구독자 13만여 명
“종교도 인터넷 변화에 대처해야”


불교계의 대표적 저술가인 자현 스님은 “환경문제와 전쟁 등으로 지구적인 재앙의 시대를 맞고 있다”며 “대립이 아닌 조화를 추구하는 불교의 선(禪)문화를 비롯해 동아시아적 세계관에 근본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하나도 힘들다는데 박사 학위를 여섯이나 보유한 스님이 있다. 중앙승가대학 불교학부 교수이자 불교학연구원장, 월정사 교무국장과 불교신문 논설위원, 문화재청 전문위원…. 다양한 직함을 지닌 자현 스님(51)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율장)와 고려대 철학과(선불교)를 비롯해 동국대 미술사학과(건축), 역사교육과(한국고대사), 국어교육학과(불교교육), 미술학과(고려불화)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 이상으로 10여 년 전부터 그를 세상에 알린 것은 타고난 입담과 왕성한 글쓰기였다. 흥이 오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강의에는 청중이 몰렸다. 한 해 4∼6권꼴로 출간한 책이 60여 권,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수록된 논문은 180여 편에 이른다. 최근 ‘세상에서 가장 쉬운 사찰과 불탑 이야기’(담앤북스)를 출간한 그를 12일 서울 조계사가 보이는 한 찻집에서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는 어떻게 진행되나.

“이번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불교’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3권은 불화와 불상 등 불교 건축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고, 불교사도 책으로 다룰 만하다.”

―‘부처 당시에도 부엌은 있었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정지(淨地)라고 하는 간이부엌이 있었다. 거리에서 음식을 구하는 탁발(托鉢) 전통으로 절에서 음식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더위로 인한 식중독 우려 때문에 음식을 데치기는 했다. 어린 출가자의 건강을 위해 쌀뜨물에 가까운 맑은 죽도 만들었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율장)와 고려대 철학과(선불교)를 비롯해 동국대 미술사학과(건축), 역사교육과(한국고대사), 국어교육학과(불교교육), 미술학과(고려불화)에서 6개의 박사 학위를 취득한 자현스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장 쉬운 책 맞나.


“사진을 많이 넣어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을 내려고 했다. 불교사를 보면 말 그대로 탑이 ‘TOP’이었는데 그 자리를 불상에 내줬다, 다시 탑의 반격이 나온다. 편하게 보고 읽다 보면 불교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박사 학위가 6개인데, 혹시 그 사이…?

“신라 말 선승(禪僧)인 범일국사(810∼889)에 관한 연구로 동국대 부디스트비즈니스 학과에서 학위를 준비 중이다. 이분이 고승인데 강릉단오제의 주신인 대관령국사성황으로 ‘겸직’도 하게 된 묘한 분이다. 하하.”

―공부머리는 타고나나.

“초등학교 성적표의 ‘가’ 행렬을 보면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바쁘다, 머리가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은 다 ‘구라’다. 진짜 좋아하면 미치기 마련이다. 대통령이 한번 보자고 하면 시간 없다고 하겠나?”

―책 내고 학위는 계속 딸 것인가.

“스님들이 농을 섞어 ‘너는 책을 왜 이렇게 많이 내냐’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저의 노는 방식이다. 뭐, 종단에서 큰일을 주지도 않더라.”

―왜 일을 안 시키나.

“어디로 튈지 몰라 위험하니까(웃음). 교구장 스님은 그릇이 크다 보니 저를 받아주는 것 같다.”

―어떤 큰일을 하고 싶나.

“조계종은 선불교(禪佛敎)와 강원과 율원 등을 중심으로 한 교육문화를 유지하고 있어 ‘명상종’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명상이 세계적 조류임에도 이 기회를 못 살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현 스님의 쏘댕기기’란 유튜브 채널도 인기다.

“2018년 시작했는데 구독자가 13만 명 정도다. 지금은 콘텐츠 전쟁 시대인데 중세 유럽과 토르 같은 북유럽 신화까지 끌어다 쓴 서구의 소재는 고갈됐다. ‘매트릭스’의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슈퍼맨처럼 그냥 허공으로 날아가지만 ‘와호장룡’의 리무바이(저우룬파·周潤發)는 대나무에서 대나무로 옮겨 다닌다. 현실 또는 육체와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추구하는 동아시아적 세계관은 무궁무진하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무엇이 미래의 과제인가?

“고령인구와 메타버스 등으로 상징되는 인터넷 세계의 변화에 대한 대처가 중요하다. 한 사람이 아니라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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