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앞 방귀 참다가 휠체어 신세…복통, 왜 생기는 걸까?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7-15 08:00 수정 2022-07-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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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현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

브라질 인플루언서 비토리아(왼쪽)가 휠체어에 탄 채 공항으로 이동하는 모습(오른쪽). 인스타그램 갈무리
남자친구 앞에서 방귀를 참다가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브라질 여성의 사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다. 더 선에 소개된 사연은 이렇다. 21세 인플루언서 비토리아 데 펠리스 모라에스(Vitória De Felice Moraes)는 최근 SNS를 통해 포르투갈 음악 축제에서 겪은 일을 소개했다.

지난 3월 남자친구와 페스티벌을 즐기던 비토리아는 갑자기 배에 가스가 차는 느낌을 받았다. 시원하게 방귀를 뀌고 싶었지만, 남자친구와 생리현상을 공유하지 않은 탓에 비토리아는 그저 방귀를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잠시 뒤, 비토리아는 배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번 생긴 통증은 가라앉긴커녕 더욱 심해졌고, 급기야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가 됐다. 비토리아는 결국 남자친구 앞에서 휠체어에 태워진 채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다.

비토리아는 SNS에 이같은 사연을 올리며 브라질 가수 포카(Pocah)를 태그했다. 포카도 올해 초 비토리아와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당시 포카는 “얘들아, 남자 앞에서 방귀 뀌는 걸 부끄러워하지 마라. 정말 창피한 건 네가 방귀를 참다가 쓰러져 남자와 함께 병원에 가서 그 원인을 듣게 하는 것”이라고 말해 팬들을 폭소케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비토리아와 포카처럼 방귀를 참다가 극심한 복통을 느꼈던 경험, 다들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왜 방귀를 참으면 배에 통증을 느낄까? 박예현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내에 가스가 정체되면 장 팽창을 유발하는데, 장벽에는 팽창 시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분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동아닷컴에 “일반적으로는 방귀를 참아도 장벽을 통해 혈액으로 일부 흡수돼 호흡 또는 배변 시 배출되지만, 지속적으로 방귀를 참아 장내 가스가 많아지는 경우엔 장 팽창으로 인한 복통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심한 경우 식은땀,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보이며 미주신경성 실신을 하기도 한다. 장이 팽창한 상태로 지속되면 장 연동 운동의 저하나 변비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끔 의식적으로 방귀를 참지 않아도 배에 가스가 차는 경우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박 교수는 “가스가 차는 것은 크게 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가스가 잘 제거되지 않는 상황으로 나눠볼 수 있다”고 답했다.

우선 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을 살펴보면, 장내 가스는 대부분 입을 통해 삼킨 공기와 일부 장내에서 세균이 흡수되지 않은 음식을 발효하면서 발생하는 가스로 이뤄진다. 껌을 씹는 행위나 흡연, 빨대 사용, 급하게 식사하는 습관 등은 공기를 많이 삼키게 해 장내 가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 또 소화액에 의해 잘 분해·흡수되지 않는 당류가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거나 흡수 장애가 있는 경우 장내 미생물이 증가해 가스가 많이 생길 수 있다.


가스가 잘 제거되지 않는 상황은 장 폐쇄와 같이 장벽을 통한 가스의 흡수가 감소하는 상황이나 장의 움직임이 저하돼 가스 배출이 지연되는 경우를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박 교수는 “기본적으로 방귀가 덜 생기게 하려면 공기를 많이 삼키지 않기 위해 껌 씹기, 흡연, 빨대 사용 등을 피하고 천천히 꼭꼭 씹어서 식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가스를 많이 유발하는 음식인 탄산음료나 브로콜리, 양파, 마늘, 감자, 콩, 밀 유제품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식후 바로 누워있는 것보다는 앉거나 서는 자세가 가스 배출에 유리하다”면서 “가벼운 운동이나 복부 마사지 등을 통해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하는 게 좋고, 복부에 적절한 압력이 가해질 수 있도록 고양이 자세나 누워서 무릎을 끌어안는 자세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좁은 공간에 한정된 인원이 있는 상황 등 방귀를 꼭 참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참되, 다음 신호가 왔을 때는 가급적 배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귀를 몇 번 참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한 복통이 유발될 정도의 상황이라면 장소를 이동해 방귀 배출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방귀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방귀를 참으면 고통을 겪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므로 서로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대로 방귀 등의 생리현상은 빨리 트는 것이 서로의 건강과 행복에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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