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만 했는데 새치가 검게… K뷰티 기술력에 세계가 주목

라스베가스=이지윤 기자

입력 2022-07-14 03:00 수정 2022-07-14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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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스모프로프’ 현장 가보니

바이어들로 북적이는 한국관 12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미 코스모프로프’를 찾은 각국 바이어들이 국제뷰티산업교역협회(IBITA)가 주관한 한국관에서 제품 상담을 받고 있다. 이날 전시회에는 국내 업체 160여 개를 비롯한 총 43개국 1100여 개 뷰티 브랜드와 메이시스,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기업 바이어들이 참석했다. 라스베이거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2일(현지 시간) 세계 3대 뷰티박람회로 꼽히는 ‘제19회 북미 코스모프로프’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이날 개막 직후부터 한국 뷰티 브랜드 부스는 바이어들로 북적였다. 새치샴푸 ‘모다모다’ 부스를 찾은 로레알그룹 본사 바이어는 손바닥 위에서 검게 변하는 거품을 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장 해외 바이어 7∼8명이 동시에 몰렸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행사 전부터 남미와 캐나다 등 e메일로 제품을 문의한 업체가 많았다”고 했다.

한류 열풍 등을 타고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나타낸 가운데 이번 박람회에서는 중국 동남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K뷰티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실적은 전년보다 21% 증가한 약 10조5099억 원(91억8357만 달러)으로 프랑스,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3위였다.
○ 글로벌 뷰티전시회에서 확인된 K뷰티 위상
‘북미 코스모프로프’는 이탈리아, 홍콩의 미용박람회와 함께 세계 3대 뷰티전시회로 꼽힌다.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부터 코스트코, P&G 등 대형 유통기업 바이어들이 대거 참석해 구매를 결정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보다도 운영 면적이 2배(5만5700m²)로 커졌다.

올해 참가한 총 43개국 1100여 뷰티 브랜드 중에서 국내업체는 약 15%(160여 개)나 됐다. 유망 브랜드를 선정하는 ‘코스모프로프 어워드’의 최종 수상후보 20개 중 국내 브랜드 4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과일의 갈변 원리를 응용한 모다모다가 헤어 부문, 마스카라 브러시 브랜드 글램벅스가 메이크업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계란의 신경세포를 활용해 헤어앰풀을 만드는 소니메디, 자외선 차단용 기미패치를 만드는 에이바자르도 각 부문 후보로 올랐다.

K뷰티에 각국 이목이 집중되면서 국내 중소기업을 한데 모은 ‘한국관’도 인파가 이어졌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뷰티산업무역협회가 지원하는 부스다. 35년 전 미국업체 하청으로 헤어브러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시작한 BN브러쉬는 이번 한국관을 통해 역(逆)진출에 나섰다. 윤민태 BN브러쉬 대표는 “지난해 매출 중 절반이 해외에서 발생했다”며 “헤어케어 시장이 큰 북미 수출을 늘리겠다”고 했다.
○ 세계 최대 뷰티 시장 미국으로 판로 다변화



예년보다 많은 국내 브랜드들이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건 내수와 중국 중심이던 판로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정치외교 현안에 따라 변동성이 큰 중국이나 성장이 한계에 이른 국내 시장을 대체할 곳을 찾기 위한 것. 현지 바이어로부터 풋케어 제품 ‘컨테이너 물량’ 계약을 제안 받은 강봉규 케이원뷰티 대표는 “과거 중국 전시회에 집중했다면 최근엔 구매력이 크고 안정적인 북미에 주력 중”이라고 했다. 한 중소브랜드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보다 규제가 적은 데다 기술 유출 우려도 덜하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미국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 넘어야만 할 관문으로 꼽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뷰티시장 규모는 918억6750만 달러(약 120조 원)로 세계 최대 시장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인기를 얻으면 남미, 중동 등으로 전파된다”며 “인종이 다양한 만큼 다른 국가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이자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류 붐에 따라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도 북미로 향하는 기업이 늘어난 이유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 상위 10개국 중 수출액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국가는 미국(31%)이었다. 스킨케어 브랜드 기베스트 관계자는 “BTS, 오징어게임 등 K컬처 영향으로 한국 제품이라 하면 바이어들이 더 적극적”이라며 “예년보다 성과가 좋을 것”이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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