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투잡 나선 중장년, 어깨질환 조심

박종훈 안산자생한방병원장

입력 2022-07-13 03:00 수정 2022-07-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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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통증을 지속적으로 느끼거나 회전근개파열이 의심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는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박종훈 안산자생한방병원장
오후 6시가 되자 오늘 업무를 마무리한 최 부장(52)이 사무실을 나선다. 자동차에 타자마자 그가 하는 일은 바로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을 켜는 일. 퇴근길에 2시간 정도 음식을 배달하고 귀가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요령이 붙으니 수익이 꽤 짭짤하다. 능숙하게 가게에서 음식을 받아 손님에게 향하는 최 부장. 양손 묵직하게 든 족발을 손님에게 건네는 찰나 어깨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후 팔을 앞으로 올릴 때마다 통증은 이어졌고 다음날 병원을 찾은 최 부장은 잦은 어깨 사용으로 인한 ‘회전근개파열’ 진단을 받게 된다.

본업 외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른바 ‘N잡러’가 중장년층 사이에서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한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40대 이상 남녀 653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무려 60.3%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아르바이트 1위는 배달대행·택배·운전(19.5%) 직종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요리·서빙(14.4%), 청소·전단지 등 서비스(13.4%)가 뒤를 이었다.

문제는 관절의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중장년층의 경우 물건을 들고 옮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깨에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최 부장이 진단받은 ‘회전근개파열’이 대표적이다.

회전근개파열이란 어깨의 움직임을 돕는 근육 가운데 하나 이상이 손상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며 어깨뼈가 뚝뚝 걸리거나 관절 안에 모래가 들어간 듯한 느낌이 동반된다. 다른 사람이 팔을 올려주면 팔이 올라가지만 자력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이 팔을 들어 올려줘도 어깨가 굳어 올라가지 않는 오십견과 구분된다.

회전근개파열의 치료는 손상된 근육 및 힘줄의 회복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방에서는 회전근개파열 치료 및 완화를 위해 침과 약침 등 치료를 실시한다. 천종혈, 병풍혈 등의 혈자리에 침을 놓아 어깨 근육의 긴장을 풀고, 한약재 성분을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으로 염증을 제거해 회복을 촉진한다.

어깨 질환에 대한 침치료 효과는 객관적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2020년 SCI(E)급 국제학술지 ‘Acupuncture in Medicine’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침치료를 받은 어깨관절 환자는 2년 내 어깨 수술률이 약 7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침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경우 어깨 수술을 받은 사례가 약 3.7배 많이 발견됐다. 이는 침치료가 어깨 수술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료와 더불어 적절한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것이 어깨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천천히 팔을 돌려주거나 어깨와 가슴을 펴고 기지개를 켜듯 위아래로 당겨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어깨는 사용량이 많은 부위의 특성상 질환 재발이 쉽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어깨 통증을 지속적으로 느끼거나 회전근개파열이 의심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 열심히 일한 대가가 어깨 질환이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박종훈 안산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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