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 스텝에, 韓-中 등 신흥국 채권 상반기 65조원 유출

뉴욕=김현수 특파원 , 김자현 기자

입력 2022-07-12 03:00 수정 2022-07-12 08:1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달러가치 상승-경기침체 우려 겹쳐… 해외 투자자들, 대거 자본회수 나서
韓-中 등 채권 유출 17년만에 최고, “美 긴축-러 침공 더해 퍼펙트 스톰”
인플레 속 빚 늘어 국가부도 우려도



해외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투자한 자본을 대거 회수하는 ‘엑소더스(Exodus)’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신흥국 채권은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겹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 자본 유출과 부채 부담 증가가 심각한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올 상반기 신흥국 채권펀드서 65조 원 유출
10일 로이터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신흥국의 3분의 1이 자본 유출에 시달리고 있고, 기준금리를 10% 이상으로 올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스리랑카에 이어 더 많은 중진국들이 IMF에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신흥국에 대한 투자 이탈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JP모건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중국 등 신흥국 채권 펀드에서 빠져나간 액수는 약 500억 달러(약 65조 원)에 달한다. 이는 관련 통계가 처음 나온 2005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많은 순유출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신흥국 채권시장에 중국을 제외하고도 992억 달러(약 128조96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불과 1년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어 엄청난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의 마고 루이저 신흥국 담당 매니저는 FT에 “팬데믹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한 신흥국이 미국의 긴축정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해진 ‘퍼펙트 스톰’을 맞고 있다. 투자 유출 수준이 굉장히 드라마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도 신흥국 20개국에서 해외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올해 3월부터 4개월 연속 신흥국 채권 및 주식 시장에서 순유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에만 40억 달러(약 5조2000억 원)가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투자가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 상장 채권 9340억 원어치를 순회수했다. 상장 채권 10조5430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만기 도래로 상환한 규모가 그보다 많은 11조4770억 원어치였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회수액이 매수액을 앞지른 것은 2020년 12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 신흥국들 ‘연쇄 국가부도 적신호’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 돈을 빼는 주요 원인은 미국 금리 인상 탓이 크다. 미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좀 더 안전하고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달러나 미국 국채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다.

‘디폴트(국가부도) 적신호’가 켜진 신흥국도 적지 않다. 달러 강세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채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에 이어 엘살바도르, 가나, 튀니지, 파키스탄, 이집트 등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가 최근 IMF 자료 등을 종합해 각국의 채무비율, 국채 금리 등을 분석한 결과 신흥국 50개국 중 엘살바도르의 디폴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엘살바도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82.6%에 달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부채 부담이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 등이 앞장서 채무 경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