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만 붙들지 말자” 붓 들고 웃음 찾은 ‘덤보’[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 기자

입력 2022-07-10 11:00 수정 2022-07-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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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부활 우승에 미술 활동 도움
코끼리와 앵무새 콜라보 전시회 준비
그림 그리기, 조각 등은 노년 건강 영향
감성 자극, 자존감, 사교력 증진 효과



골프 스타 전인지는 3년 8개월 무관 세월을 뚫고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부활했다. 그림그리기로 마음의 부담을 다스린 것도 재기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AP 뉴시스


그림 그리기는 힐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하다모면 어느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덥답하던 속이 후련해질 수 있다.

코칭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 솔루션 대표는 “그림그리기는 색감을 통해 여러 감성들이 자극되고 감정 해소를 이끌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감들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차분히 작업을 하다보면 충분한 휴식도 되고 기분이 상승되기 때문에 본업(운동)으로 돌아갔을 때 집중을 더 잘할 수 있다.


전인지가 박선미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올 연말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는 전인지는 그림을 통해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전인지 인스타그램
전인지 인스타그램



●“골프만큼이나 뜨거운 그림 열정”

골프 스타 전인지(28)도 그랬을까.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2일 귀국한 그는 공항기자회견에서 뜻밖의 스케줄을 공개했다. “겨울에 제가 국내에서 미술 전시회를 계획 중인데 (국내에 있는 동안) 시간이 되면 그림도 그리면서 충전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는 미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어릴 적 수학 천재로 유명했던 전인지는 “평소 신발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작년에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한 번 해보게 됐다”고 전했다. 귀국 후 전인지는 틈나는 대로 서울 서초구에 있는 박선미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박 작가에 따르면 “시차 적응도 안돼 힘들 텐데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노력과 열정이 대단하다. 몇 개월 사이에 그림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소개했다.

전인지는 올해 초 미국으로 출국할 때 짐가방에 미술 도구를 잔뜩 넣은 전인지는 LPGA투어 대회에 나가는 틈틈이 드로잉 작업에 매달렸다. 오늘 12월 중순 서울 종로구 본화랑에서 박 작가와 컬러보레이션 전시회를 열기 위해 하반기 국내에 머무는 동안에는 작품 활동에 몰입할 생각. 전인지는 별명인 애니메이션 캐릭터 ‘덤보(아기 코끼리)’를 주로 그리고 박 작가는 자신의 분신과 같은 앵무새 그림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본화랑 대표는 “스승과 제자의 사제 전시회로 봐도 될 것 같다. 앵무새와 덤보 모두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는 게 관계자들 얘기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3년 8개월 만에 우승을 맛본 전인지가 활짝 웃고 있다. 베세즈다=AP 뉴시스


●캔버스와 필드는 일맥상통

오랜 세월에 무관에 그치던 전인지의 부활에는 올해부터 새롭게 접한 미술 활동도 경기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힘든 시기였지만 그림 그리기가 흔들리는 멘털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됐어요. 잡념도 없앨 수 있었죠.”

전인지의 오랜 골프 스승인 박원 코치는 “그림 그리기로 마음의 안정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동기부여도 됐다”고 말했다. 골프 애호가인 박 작가 역시 “그림과 골프는 일맥상통한다. 둘 다 혼자서 온전히 나를 실어 보내는 게임이다”며 “나 같은 경우는 골프 치고 온 다음 날 그림이 잘 된다”며 웃었다.

박원 코치는 “미국에서 혼자 있으니까 더 많이 그렸다. 이번에 출국한 뒤 올 연말까지 두 차례 더 귀국할 예정이다.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마치고 돌아올 때나 9월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출전할 때도 그림 작업을 더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전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루크 도널드는(잉글랜드)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그가 자선행사에 내놓은 그림은 고가에 팔리기도 한다. 붓 터치가 뛰어나서인지 도널드는 미묘한 감각을 앞세워 퍼트와 웨지를 잘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국내 여자골프의 강자였던 조윤지는 은퇴 후 골프화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변신했다. 조윤지는 “그림 그릴 때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미술교실 모습. 미술은 청소년 뿐 아니라 노년층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동아일보 DB


●“그림과 걷기는 최고의 노년층 활동”

미술 활동은 두뇌를 자극하고 감성을 자극해 노년층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미국신경과학회 연구에 따르면 노년기에 드로잉, 페인팅, 조각 등을 하면 초기 치매의 위험이 발생할 확률이 73% 감소한다. 창의적인 취미를 바쁘게 즐기다 보면 행복감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우울증에도 덜 걸린다고 한다.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그림 그리기와 붓글씨는 걷기와 더불어 최고의 노년층 권장활동이다. 모임을 통해 고립감에서 벗어나 사교성을 키울 수도 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만족감 자존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붓을 사용해 그리는 그림은 중요한 운동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손, 손가락, 손목 감각을 유지할 수 있으며 혈류를 증가시켜 관절염, 고혈압 같은 질환에 따른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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