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금리 6% 초읽기…“차라리 월세가 저렴” 역전현상 확산

신지환 기자 , 송혜미 기자

입력 2022-07-07 19:29 수정 2022-07-0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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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다음 달 이직을 앞둔 곽모 씨(32)는 새 직장 근처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다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말만 해도 연 3% 안팎에 가능했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4.5%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대로 전세대출 2억 원을 받으면 한 달에 내는 이자만 75만 원. 곽 씨는 “비싼 이자를 내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느니 차라리 월세가 나을 것 같아 새로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대출 금리마저 10년 만에 연 6%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싼 ‘역전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급격히 오른 전셋값에 이자 부담까지 커져 세입자들은 이중고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 전셋값 급등에 전세대출 금리마저 6% 앞둬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61~5.998%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799%였던 전세대출 금리 상단은 올 4월 5%를 넘어선 데 이어 6%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전세대출 최고 금리가 6%를 돌파하는 건 2012년 상반기(1~6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일부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포함해 주택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대출 금리도 뛰고 있다. 금리가 연 6%까지 오르면 곽 씨가 매달 내야 하는 전세대출 이자는 100만 원으로 불어난다.

이에 따라 전셋집을 새로 구하거나 전세 계약을 연장하려는 세입자들은 전셋값 급등과 이자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6억3338만 원으로 4년 전보다 1억9919만 원 올랐다. 2020년 전세 만기 때 계약갱신요구권을 써서 2년 전세를 연장한 세입자가 대출을 받아 신규 계약을 한다면 2억 원 가까이 오른 전셋값에 1%포인트 이상 오른 금리 부담까지 져야 하는 셈이다.


● “전세 이자 75만 원 > 월세 70만 원”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월세가 전세대출 이자보다 오히려 더 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은 4월 서울 아파트 기준 4.2%다. 현재 전세대출 금리 상단(5.998%)보다 낮다. 곽 씨가 2억 원을 대출받는 대신 이 전환율대로 월세로 거주한다면 매달 70만 원만 내면 된다. 은행에 대출 이자를 갚는 것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게 유리해지는 것이다.

전세 이자 부담이 월세보다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5월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은 59.5%(24만321건)에 이른다. 월세 비중은 올 4월 처음 50%를 넘긴 데 이어 한 달 만에 60%에 육박했다.

이자 부담 때문에 주거 독립을 포기하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는 20, 30대 ‘캥거루족’도 늘고 있다. 서울 직장 근처 전셋집에서 살던 조모 씨(29)는 전세대출 이자가 80만 원을 넘어서자 경기 성남시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살기로 했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7일 현재 연 3.70~6.008%다. 전날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섰다. 5월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의 77.7%(잔액 기준)가 변동금리인 만큼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전세대출 대부분이 3~12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변동금리 상품이어서 세입자의 이자 부담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세 비용 상승으로 월세 수요가 몰리면 월세 가격도 뛰어 전체적인 주거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전세대출 위주로 금리를 조정하는 등 완충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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