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45조 줄인다…의무지출-일자리사업도 수술대에
세종=최혜령 기자 , 세종=박희창 기자
입력 2022-07-07 17:02 수정 2022-07-07 22:38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7.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전략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에서 전례 없이 빠르게 늘어난 국가부채와 정부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위기 때마다 우리나라 재정은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해 왔다”면서 “이제는 그 탄탄했던 재정이 국가 신인도에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받을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국가채무가 415조5000억 원 불어나면서 국제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재정적자 40조~45조 원 줄이기로
기획재정부는 문 정부에서 추진했던 복잡하고 느슨한 재정준칙을 강화해 단순하면서도 엄격하게 개편하기로 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2% 수준인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3.0% 이내로 대폭 개선한다. 관리재정수지는 세금 등 총수입에서 총지출과 4대 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실질적인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준다.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현재 110조 원까지 불어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40조~45조 원 줄여야 한다.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50.1%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7년 50%대 중반을 목표로 관리한다. 증가폭을 5~6%포인트 수준으로 묶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5년간 36.0%에서 50.1%로 늘어난 국가채무비율 증가폭(14.1%포인트)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코로나 대응 지출 등을 줄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40조 원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국가채무비율 50%대 중반을 달성하려면 이보다 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9월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부터 건전재정 기조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 정부에서 매년 평균 9.0%였던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크게 낮춰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6.6%, 박근혜 정부는 4.3%였다. 또 정부는 재정준칙의 법적 근거를 시행령보다 한 단계 높은 법률에 명시해 구속력을 높이기로 했다.
● 의무지출·재정 일자리사업도 수술대
정부는 건전재정 확보를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통상적으로 하던 지출 구조조정보다 상당 폭으로 높은 수준으로 할 수 밖에 없다”며 “의무지출이나 경직성 지출에 대해서도 다시 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적 연금, 보육료, 공무원 월급 등 법에 따라 반드시 써야 하는 의무지출에서도 줄일 곳이 없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도 구조조정 수순을 밟는다. 올해 84만5000개로 확대된 노인 일자리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지향형으로 개편하고, 그 외의 직접 일자리는 축소할 계획이다.
내년 공무원 정원과 월급도 동결하거나 최소한으로만 늘리기로 했다. 최 차관은 “경제가 어려울 때 고통 분담, 솔선수범의 전제 하에서 공무원 보수는 정원과 함께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컨벤션 시설이나 홍보관, 골프·콘도 회원권 등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해 재정부담을 덜기로 했다.
● 첫 ‘정부 밖’ 국가재정전략회의
2004년부터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정부시설 밖에서 개최된 것은 처음이다. 총 18번의 회의 중 11번이 청와대에서 열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에 충북대를 택한 이유는 지방발전, 지역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례적으로 경영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참석해 ‘성장동력의 재가동’ ‘인재양성과 문화융성’ 등을 주제로 함께 토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간의 고민들을 정부가 잘 받아 안고 그 안에서 국가재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해 효율적인 성과를 거둘지 토론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모셨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자신의 개인 회사에 200억 원대 일감을 몰아줘 논란이 일었던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를 참석시킨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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