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치솟는 환율…1350원도 열어둬야

뉴시스

입력 2022-07-07 11:20 수정 2022-07-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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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전날 장중 1310원을 돌파하는 등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미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등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00.3원)보다 6원 상승한 1306.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 달 한 달 동안에만 61.2원이나 올랐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상회했던 시기는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로 이 시기는 경제 침체뿐만 아니라 대내외 신용 리스크 등이 높았던 구간이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하고 있는 것은 미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글로벌 달러화 강세,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통화 선호,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이 크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5월 101.67에서 6월 105.11로 3.4%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4.95% 급락하는 등 2011년 9월(-10.43%) 이후 가장 10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추락했다.

미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하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연준의 통화긴축 가속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를 견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주식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점도 원화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에서 16조2000억원, 코스닥에서 3조60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모두 19조8000억원의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갔다.

여기에 2020년부터 늘어난 ‘서학개미’ 등 내국인들의 해외주식 투자도 원·달러 환율 레벨을 높이는 요인으로 적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외 투자로 인한 환율 상승 가능성도 상존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가 적자폭 확대 흐름이 지속되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폭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점 역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경상수지도 대체로 흑자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흑자폭 축소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 흑자폭은 전년동월 대비 65억5000만 달러 축소됐다. 앞으로도 경상수지의 흑자 폭이 줄어드는 상황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반면 외환시장 안정의 실탄 역할을 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하는 등 4개월 연속 줄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월말(4477억1000만 달러)보다 94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외환보유액은 긴급시 국민경제의 안전판일 뿐만 아니라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며 135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 강세를 이끌만한 요인이 없고, 1300원 지지선 돌파로 인한 패닉 바잉이 쏠림 현상을 유도할 수 있어 여전히 달러 강세에 대한 경계감이 유효하다”며 “하반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달러 흐름에 연동해 올해 3분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한 후 9월 전후로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오는 9월 FOMC 전후로 물가 피크아웃(정점)과 경기둔화가 가시화 되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다소 완만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외환시장 환경은 여전히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수급측면에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전환과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도 기조가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 배경을 살펴보면 일단, 미 달러화가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영향으로
강세를 보인 점이 가장 주된 요인이었다”며 “지난 5 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폭 확대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6 월 FOMC 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과 추가적인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열어둔 점이 달러의 강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미 연준의 긴축 흐름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동시에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강화해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며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는 대외 수요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펀더멘털에
대한 비관론으로 이어졌고,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로 원화의 약세 압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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