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수상 영광은 엄청난 우연-직관-노력의 결과”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입력 2022-07-07 03:00 수정 2022-07-0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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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노벨상’ 한국계 첫 수상]
허교수 지도한 김영훈 서울대 교수



“2002년 서울대에 부임해 맡은 첫 학부 수업 ‘고급 수학’에서 당시 허준이 학생을 만났습니다. 1학년인데도 단연 눈에 띄었죠. 수강생 40여 명 중 눈빛이 가장 반짝였으니까요.”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사진)는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와의 첫 만남에 대해 6일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허 교수가 대학 시절 ‘D’와 ‘F’가 즐비한 성적을 받으며 우울증도 겪었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허 교수가 D와 F 성적을 받은 과목은 물리 과목이었고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수학 성적은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각에서 ‘수포자’로 부르던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허 교수가 중고생 시절 충분한 정보를 갖고 대학 입학 때부터 수학을 주전공으로 택했다면 필즈상 수상 업적인 ‘리드 추측’ 등 난제를 훨씬 일찍 해결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우여곡절 끝에 돌아오긴 했지만 늦게나마 자신의 길을 찾은 것도 본인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대학생 때에도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학업을 쉰 적이 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위상수학이라는 강의를 들으며 수학의 매력에 빠졌고 학부 3학년 때 김 교수에게 지도교수를 맡아달라고 했다. 김 교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흔쾌히 지도교수를 맡겠다고 했다. 훌륭한 학생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 분야인 특이점의 ‘밀너 수’에 관해 연구하면서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토대 명예교수의 초청강연을 듣게 됐다. 이를 계기로 조합론 공부를 하고 싶다고 얘기하자 김 교수는 “좋은 생각”이라고 말해줬고 허 교수는 학업을 이어나가 결실을 맺었다. 필즈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조합 대수기하학’ 연구를 시작하게 된 의미 있는 출발점인 셈이다. 김 교수는 “허 교수가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본인의 길을 찾은 건 엄청난 우연과 직관과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허 교수는 동료나 선배들과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훌륭한 학생이었다”며 “차분하고 내세우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확실히 밀고 나가는 내면의 힘이 강한 학생이었다”고 덧붙였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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