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서 줄담배 피워도 과태료 0원… 금연 표지판 왜 없나

조건희 기자

입력 2022-07-07 03:00 수정 2022-07-07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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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제는 OUT!]〈5〉도시공원법상 공원은 금연구역 분류
한강은 하천법상 녹지 해당돼 제외
하천 포함 자치구별 기준도 제각각… 금연 구역 지정에 시민 고려 없어
서울시, 금연 추진 의사 밝혔지만, 흡연자 반발 고려해 “캠페인 먼저”


3일 한 시민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보행로 옆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3일 오후 6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은 강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물놀이장은 어린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잔디밭과 벤치마다 피크닉 인파가 모여 있었다. 그런데 물빛광장분수 음수대 바로 옆, 편의점과 화장실 사이 공간에서 희뿌연한 담배 연기가 끊이지 않고 뿜어져 나왔다. 세 살 난 딸을 캠핑용 수레에 태운 채 음수대를 찾았던 김모 씨(39·여)는 매캐한 연기를 피해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며 “왜 한강공원엔 그 흔한 ‘금연’ 표지판이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보행로 옆에서 쉴 새 없이 ‘뻐끔’
한강공원 내 흡연 ‘핫스폿’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여의나루역 수상택시 승강장 앞 공터에서는 흡연자들이 내뿜은 담배 연기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바로 앞에 ‘그늘막 텐트 설치 허용구간’이라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지만 담배 연기 탓에 반경 50m 내에는 아무도 돗자리를 펴지 않았다. 배달음식 픽업 공간과 쓰레기통 근처에도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같은 날 오후 7시경 양화 한강공원도 상황이 비슷했다. 편의점과 보행로 사이에 설치된 테이블 4개 중 2개에선 이용객들이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로 앞 보행로를 지나던 30대 여성은 모자를 부채 삼아 담배 연기를 쫓았다. 잠자리채를 든 아이와 함께 걷던 한 40대 남성은 담배 냄새를 피해 편의점 앞을 빙 돌아갔다.

이처럼 한강공원 곳곳에서 담배 연기가 진동하는 이유는 서울시가 한강공원 일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산공원 등 도시공원법상 공원들은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금연구역이 됐지만 한강공원은 하천법상 녹지라는 이유로 여기에서 제외됐다. 2015년 1월 서울시가 금연 조례에 “하천변 보행자길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고 한강공원 금연구역 지정을 추진했지만 흡연자 반발에 밀려 보류했다.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세 아이와 물총놀이를 하던 회사원 김모 씨(41)는 “요즘 어딜 가나 금연구역인데 한강공원에선 담배를 피워도 된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씨의 큰아들(7)은 “담배 냄새를 많이 맡아서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가 까매질 것 같아요”라고 했다.

흡연자들도 불편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강공원은 금연구역이 아닌 만큼 흡연부스나 재떨이가 전혀 없는데, 다른 시민에게 눈치가 보이고 꽁초를 처리하기도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모 씨(22)는 “흡연자의 관점에서 봐도 꽁초가 버려진 모습이 미관상 좋지는 않다. 흡연부스가 따로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관리 주체마다 금연구역 지정 제각각
자료: 서울시, 각 자치구
한강으로 이어지는 지류를 따라 조성된 보행로는 한강공원 못잖게 많은 시민이 이용하지만 금연구역 지정 여부는 더 혼란스럽다. 관할 자치구마다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안양천 보행로는 흡연이 가능하다. 서울 양천구와 금천구, 경기 안양시 등이 모두 이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관할하는 탄천도 흡연에 따른 제재가 없다. 반면 서울 은평구와 마포구, 서대문구를 종단하는 불광천은 모든 구간이 금연구역이다.

같은 하천 내에서도 금연구역이 갈리기도 한다. 중랑천 보행로의 경우 서울 노원구는 2019년, 도봉구는 지난해에 각각 중랑천 보행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반면 경기 의정부시와 서울 중랑구, 광진구, 성동구 관할 구간에선 여전히 흡연이 가능하다. 양재천은 강남구가 맡은 구간에선 흡연이 가능하지만 영동2교를 기점으로 서초구가 관할하는 서쪽으론 금연구역이다. 홍제천도 종로구 구간에선 담배를 피워도 되지만 서대문구와 마포구에선 금연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금연구역 지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천변 보행로처럼 남녀노소가 운동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공간에선 원칙적으로 흡연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흡연구역을 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돼 있다는 얘기다. 김열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대한금연학회 정책이사)은 “시민들이 건강을 위해 찾는 공간만큼은 금연구역으로 당연히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흡연자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흡연부스를 구비하는 게 먼저라고 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흡연부스를 만들고 ‘담배는 정해진 곳에서만 피우자’는 캠페인을 벌인 다음에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단속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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