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장관 유튜버!’…다시 등판한 ‘1타 강사’ 원희룡 논란

황재성 기자

입력 2022-07-06 12:58 수정 2022-07-06 13:3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전세사기 피해 유형 소개 및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세계 최초 장관 유튜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어제) 오후 6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을 개막을 알리면서 올린 자막이다. 장관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활발하게 유튜브 영상을 올렸던 원 장관이 2개월 만에 새로운 영상을 다시 올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해 “국민에게 가까운 정부, 국민과 통하는 정부가 돼야 제대로 일이 될 수 있다”며 원활한 국민 소통을 위한 활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정 처리에 전념해야할 장관이 국정 활동을 자기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 섞인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현안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자화자찬식 홍보보다는 제대로 된 행정 처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6일 오후 1시 현재 원 장관의 새로운 영상물은 공개를 중단한 상태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장관 측 관계자가 어제(5일) 콘텐츠의 일부 내용을 수정 중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다시 시작한 ‘대장동 1타 강사’ 원희룡

원 장관은 지난 대선 때 대장동 의혹을 적극적으로 다뤄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인기 유튜버였다. 2018년 11월에 시작한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6일(오늘) 오전 10시 현재 17만8000명에 달한다. 1133개의 동영상 가운데에는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물도 적잖다.

원 장관이 5일 게재한 13분짜리 영상물은 ‘국토부 장관도 당할 뻔한 신종 전세사기 수법!! 그 실체와 대책은?’이라는 제목으로, 신종 전세사기에 대한 대비책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원 장관은 직접 분필로 칠판에 글씨를 써가며 신종 전세사기 수법들을 소개하고, 정부가 어떤 대책을 검토 중인지를 소개했다. 이 가운데에는 국토부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개한 내용도 있지만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인 사안도 포함돼 있었다.

원 장관은 유튜버 활동을 재개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실과 배경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유튜브로 영상을 보내려면 겸직 허가를 받아야 되더라”며 “국무총리로부터 국제정세나 경제 상황, 생활밀착형 콘텐츠는 괜찮고, 대신 지나치게 정치적인 발언은 하지 않겠다는 단서가 달고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장관이 일이나 똑바로 하지 무슨 유튜버야’ 하는 분들은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국민에게 잘 전달돼야 정책·사업도 있다. 국민에게 가까운 정부, 국민과 통하는 정부가 돼야 제대로 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양치질 할 시간도 없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원 장관의 유튜버 겸직 선언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이들이 적잖다. 무엇보다 중앙부처 장관은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다”거나 “양치할 시간도 내기 어렵다”고 토로할 정도로 바쁜 일과를 보내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직업이 장관’이라는 말을 들었던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건설교통부(현 국토부)의 14대 장관(재임기간·2006년 12월11일~2008년 2월29일)으로 재직 중이던 2007년 9월 13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올린 ‘장관의 어느 하루’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전 시장은 행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관세청장과 국세청장, 건교부 장관, 행안부 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등을 두루 거친 정통 행정가이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정부 정책 뉴스 포털이다.

공개된 그의 일정은 오전 5시50분에 시작해 거의 쉴 틈 없이 1시간 단위로 이어졌다. 집에서 출발해 국회부터 과천정부청사-서울 강남의 한 호텔-김포공항-광주시-익산지방국토관리청-광주시-김포공항으로 이어진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집에 귀가한 때는 오후 7시55분.

하지만 휴식을 취할 겨를도 없이 다시 건교부 업무 시스템에 접속해 50여 건의 문서를 읽고 결재해야만 했다. 모든 업무가 끝난 시간은 오후 11시50분. 이 과정에서 시간에 쫓겨 “양치할 겨를도 없이 화장실만 들렀다가 회의장을 찾은 일”도 있었다.

● “정치인 장관의 자기 홍보”

원 장관의 유튜버 활동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자기 홍보를 하려는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정보를 활용한 영상물을 제작해 지속적으로 노출함으로써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자로서의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려는 행보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에는 이미 국토부에 다양한 홍보채널이 확보돼 있고, 각종 정책 발표 때마다 장관이 다양한 미디어에 출연해 활발하게 정책 홍보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여기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명된 정치인 출신 국토부 장관들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한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1994년 건설부와 교통부를 통합해 출범한 건설교통부부터 현재의 국토부까지 정치인 출신은 원 장관을 제외하고 모두 5명이다. 건교부 시절 이정무(4대·1998년 3월~1999년 5월) 오장섭(7대·2001년 3월~2001년 8월) 김용채(8대·2001년 8월~2001년 9월) 등 3명과 국토부의 유일호(2015년 3월~2015년 11월) 김현미(2017년 6월~2020년 12월) 등 2명이다.

이들의 평균 임기는 1년2개월로 전체 장관 평균 임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역대 최장수 장관 기록을 세운 김현미 전 장관을 제외하면 7개월에 불과하다. 심지어 김용채 전 장관의 임기는 16일로 한달을 채우지 못했다. 여기에 김현미 전 장관도 당초 2019년 3월 사임의사를 밝혔다가 후임자가 인사검증을 거치지 못하고 낙마하자 임기가 연장됐다.

또 김현미 전 장관은 재직 기간 내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시장상황을 무시한 채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거나 “우리 집 5억이면 산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만들겠다” 등과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가 정책 불신만 키웠다.

● “자화자찬식 홍보보다 제대로 된 행정 처리”

전문가들은 국토부 장관은 인기 많은 유튜버로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한 뒤 그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토부에 처리해야 할 현안과제들이 대부분 까다롭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나 노조와의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건설현장과 물류시장의 정상화, 국토 균형 발전과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으로, 모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법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

여기에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일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자화자찬식 홍보에 매달리면서 섣부르게 접근했다가는 문재인 정부처럼 관련 시장을 자극해 불안만 가중시키고,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