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연극의 거장 피터 브룩 별세…10년 전 오페라 ‘마술 피리’로 내한 공연

뉴시스

입력 2022-07-04 09:57 수정 2022-07-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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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연극의 표상이자 20세기 가장 위대한 연출가로 꼽히는 피터 브룩이 별세했다. 향년 97세.

4일 BBC,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브룩은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했다. 영국 출신인 그는 1974년에 프랑스로 이주했다.

1925년 3월 영국 런던에서 라트비아 출신의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브룩은 옥스포드 대학을 나와 공연계에 발을 들였다. 20대에 버밍엄 레퍼토리 극장에 감독으로 임명됐고 로열 오페라 하우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등을 거쳤다.

특히 1960년대에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에서 연출가로 명성을 쌓았다. 1964년 ‘마라트/사드’는 실험적인 무대로 연극계에 충격을 안겼고, 1970년 ‘한여름 밤의 꿈’은 색다른 무대로 셰익스피어를 보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다. 1985년엔 인도의 대서사시로 9시간짜리 ‘마하바라타’ 공연으로 화제가 됐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세계 무대에 약 100편의 작품을 올렸고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당대의 가장 위대한 혁신가이자 탐구자로 불렸다. 단순함을 통해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는 순수 연극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68년 발간한 대표 저서 ‘빈 공간’에서 “한 남자가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텅 빈 공간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이것이 연극 행위에 필요한 전부”라고 밝힌 바 있다.

1970년대에는 영국을 떠나 파리로 이주해 실험적인 극단인 국제 연극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또 1963년 소설 ‘파리대왕’의 각본 및 감독을 맡는 등 다수 영화를 제작하며 영화 분야로도 반경을 넓혔다.
브룩은 90살이 넘은 이후에도 작품을 올렸다. 지난 2019년 9월엔 작품 ‘왜?(Why?)’를 파리에서 선보였다. 여배우 나타샤 패리와 1951년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아들 사이먼은 다큐멘터리 감독, 딸 이리나는 무대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내 패리는 2015년에 사망했다.

한국에선 지난 2010년 6월 연극 ‘11 그리고 12’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아프리카 작가 아마도우 함파테 바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2009년 파리에서 초연했다. 2012년에는 오페라 ‘마술 피리’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

리마 압둘 말락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브룩은 극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침묵을 선사했지만, 이 마지막 침묵은 한없이 슬프다. 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물려줬고 영원히 파리 북동부 극장의 영혼으로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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