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실손보험금 왜 안주나” 민원 1년새 85% 급증
김자현 기자
입력 2022-07-04 03:00:00 수정 2022-07-04 03:48:57
올 1분기 2691건… 작년엔 1455건
보험금 지급 심사 까다로워진 탓

60대 후반 A 씨는 3월 자궁근종 진단을 받고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하이푸(고강도 집속 초음파) 시술을 받았다. 시술비가 1300만 원이나 됐지만 병원에서는 부인과 성형과 피부 관리를 패키지로 받으면 실손의료보험 처리가 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지침상 완경기(폐경기)가 지난 A 씨는 하이푸 시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최근 A 씨처럼 병원의 안내만 믿고 고액의 진료를 받았다가 보험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분쟁이 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금감원에 접수된 실손보험 등 제3보험 민원은 2691건으로 1년 전(1455건)에 비해 8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로 보험금 지급 심사가 까다로워진 탓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달 1일 실손보험 민원을 집중 처리하는 ‘분쟁처리 태스크포스(TF)’를 처음 가동했다.
실손보험금 소비자 민원 85% 급증
과잉진료 많은 백내장 수술 등 보험사 심사 강화에 지급거절 속출
당국, 보험사기 가이드라인도 마련…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 10배이상 差
일부 병원은 ‘브로커 영업’까지 나서 진료비 인상→실손보험 전가 악순환
“보험금 누수-소비자 피해 막으려면 비급여 이용한 과잉진료 근절해야”
국내 한 보험사는 4월 백내장 수술을 받은 50대 A 씨의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서류를 검토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A 씨와 같은 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들의 안구 수정체 혼탁도가 모두 비슷했던 것이다.
보험사는 이 안과가 브로커를 고용해 실손보험 가입자를 모집하고 백내장 수술을 해주는 ‘생내장’ 병원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보험사는 정확한 심사를 위해 의료 자문을 의뢰하자고 했지만 A 씨가 거절했고, 결국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백내장 수술비 1200만 원을 떠안게 된 A 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접수시켰다.

매년 2조 원 넘게 쌓이는 실손보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자 소비자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실손보험 만성 적자를 유발하는 일부 의료기관과 보험 가입자의 허위·과잉진료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한 안과 사무장의 내부고발 녹취에 담긴 내용이다. 이처럼 일부 병원이 브로커 조직을 낀 영업을 공공연히 하는 것은 비급여 진료비 산정을 ‘병원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에 있는 B안과의 백내장 다초점렌즈 가격은 70만 원이지만 서초구 C안과는 730만 원으로 10배 이상 차이 난다.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이 공시한 금액을 받을 경우 불법이 아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익성이 나빠진 일부 병원이 브로커 조직을 고용해 영업에 나선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에게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다 보니 진료비가 인상되고 이 비용이 다시 실손보험으로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17년 1조2004억 원이던 실손보험 적자는 지난해 2조8602억 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올 들어 과잉진료가 많은 백내장 수술 등을 중심으로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했다.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지급 심사를 강화할 수 있게 한 금감원 가이드라인도 마련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는 소비자 민원도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실손보험이 포함된 제3보험 민원은 2691건으로 지난해 동기(1455건)의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담당 직원 1인당 처리할 민원이 600건을 웃돌자 금감원은 21명을 충원해 이달 1일 ‘분쟁처리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를 막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와 TF를 꾸려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급 기준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비급여를 의료기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둔다면 보험금 누수와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계속될 것”이라며 “금융, 보건당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보험금 지급 심사 까다로워진 탓

60대 후반 A 씨는 3월 자궁근종 진단을 받고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하이푸(고강도 집속 초음파) 시술을 받았다. 시술비가 1300만 원이나 됐지만 병원에서는 부인과 성형과 피부 관리를 패키지로 받으면 실손의료보험 처리가 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지침상 완경기(폐경기)가 지난 A 씨는 하이푸 시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최근 A 씨처럼 병원의 안내만 믿고 고액의 진료를 받았다가 보험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분쟁이 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금감원에 접수된 실손보험 등 제3보험 민원은 2691건으로 1년 전(1455건)에 비해 8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로 보험금 지급 심사가 까다로워진 탓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달 1일 실손보험 민원을 집중 처리하는 ‘분쟁처리 태스크포스(TF)’를 처음 가동했다.
백내장 수술비 1200만원 청구에… 실손보험사 “과잉진료” 퇴짜
실손보험금 소비자 민원 85% 급증
과잉진료 많은 백내장 수술 등 보험사 심사 강화에 지급거절 속출
당국, 보험사기 가이드라인도 마련…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 10배이상 差
일부 병원은 ‘브로커 영업’까지 나서 진료비 인상→실손보험 전가 악순환
“보험금 누수-소비자 피해 막으려면 비급여 이용한 과잉진료 근절해야”
국내 한 보험사는 4월 백내장 수술을 받은 50대 A 씨의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서류를 검토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A 씨와 같은 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들의 안구 수정체 혼탁도가 모두 비슷했던 것이다.
보험사는 이 안과가 브로커를 고용해 실손보험 가입자를 모집하고 백내장 수술을 해주는 ‘생내장’ 병원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보험사는 정확한 심사를 위해 의료 자문을 의뢰하자고 했지만 A 씨가 거절했고, 결국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백내장 수술비 1200만 원을 떠안게 된 A 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접수시켰다.

○ 안과 사무장 “검사 결과 포토샵, 브로커에 수수료”
“브로커 섭외 제가 했고요, (백내장 입증하는) 세극등 현미경 검사는 포토샵 하고요. 백내장 심한 한 사람 것 갖고 여러 명 돌려 씁니다… 브로커 수수료는 20∼30%. (브로커들이) 차린 광고회사에 세금 계산서 끊어주기도 하고요.”이는 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한 안과 사무장의 내부고발 녹취에 담긴 내용이다. 이처럼 일부 병원이 브로커 조직을 낀 영업을 공공연히 하는 것은 비급여 진료비 산정을 ‘병원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에 있는 B안과의 백내장 다초점렌즈 가격은 70만 원이지만 서초구 C안과는 730만 원으로 10배 이상 차이 난다.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이 공시한 금액을 받을 경우 불법이 아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익성이 나빠진 일부 병원이 브로커 조직을 고용해 영업에 나선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에게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다 보니 진료비가 인상되고 이 비용이 다시 실손보험으로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보험심사 강화에 민원 늘어…“과잉진료 근절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는 소비자 민원도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실손보험이 포함된 제3보험 민원은 2691건으로 지난해 동기(1455건)의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담당 직원 1인당 처리할 민원이 600건을 웃돌자 금감원은 21명을 충원해 이달 1일 ‘분쟁처리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를 막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와 TF를 꾸려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급 기준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비급여를 의료기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둔다면 보험금 누수와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계속될 것”이라며 “금융, 보건당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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