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사람 몸 냄새 바꿔 모기 유인…그 이유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7-02 15:03 수정 2022-07-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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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지카 바이러스나 뎅기 바이러스가 감염된 동물 숙주의 피부 냄새를 변화시켜 모기를 꼬여 들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모여든 모기가 숙주의 감염된 피를 빨고 다른 동물을 물면 바이러스가 퍼지게 돼 효과적인 확산 전략을 구사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코네티컷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면역학자 왕펑화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지카와 뎅기 바이러스가 숙주의 체취를 변화시켜 모기를 유인한다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말라리아와 일반 염증이 인간의 체취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지카와 뎅기 바이러스가 같은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단서로 삼았다.

우선 모기가 지카나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를 더 선호하는지를 시험했다. 건강한 쥐와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를 한곳에 두고 모기의 반응을 살핀 결과, 뎅기열이 있는 쥐에 더 달려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감염된 쥐와 건강한 쥐 피부에서 냄새 분자를 채취해 감염된 쥐가 공통적으로 가진 분자를 가려낸 뒤 이를 하나씩 건강한 쥐와 실험 자원자의 손에 묻히고 모기들의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세토페논’(acetophenone)이라는 발향 분자가 특히 더 모기를 꼬이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뎅기열 환자에게서 채취된 피부 향도 모기를 더 모여들게 하고 더 많은 아세토페논 분자를 생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세토페논은 쥐와 인간의 피부에 있는 막대 모양의 세균인 ‘바실루스(Bacillus)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것으로 건강할 때는 피부에서 항균 펩타이드를 만들어 바실루스 박테리아가 늘어나지 않게 한다. 하지만 뎅기나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항균 펩타이드를 많이 만들지 않아 바실루스 박테리아가 급증하는 것으로 쥐를 통해 확인했다.

왕 박사는 “이들 바이러스는 숙주 피부의 미생물을 조작해 모기를 끌어들임으로써 바이러스 확산을 꾀한다”면서 이런 전략은 지카나 뎅기와 같은 모기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라지지 않고 장기간 지속하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런 모기 바이러스의 전략을 역이용해 피부의 항균 펩타이드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A 추출물인 ‘아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을 뎅기열 감염 쥐에게 주입했더니 아세토페논이 줄어 모기가 덜 꼬이고 바이러스 확산 위험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왕 박사는 앞으로 인간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상황에서도 아이소트레티노인 처방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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