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쌓인 대구-대전 등 규제 완화… 세종-포항 “우린 왜 빼나”

최동수 기자 , 포항=장영훈 기자 , 세종=지명훈 기자 , 신지환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2-07-01 03:00 수정 2022-07-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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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지방은 세종시만 남기고 투기과열지구 다 풀었다


최근 집값이 하락하거나 미분양 물량이 많은 대구 수성구와 대전 유성구 등 6개 시군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다.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 전역과 경북 경산시, 전남 여수시 등 11개 시군구도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다. 규제지역은 강력한 세금과 대출 규제를 받는 지역으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16년부터 전국 곳곳이 대거 지정됐던 것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30일 ‘2022년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5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해제된 곳은 △대구 수성구 △대전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 △경남 창원시 의창구 등 총 6곳이다. 이로써 지방은 세종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이 해제된 곳은 △대구 동구 서구 남구 북구 중구 달서구 달성군 △경북 경산시 △전남 여수시 순천시 광양시 등 총 11곳이다.




정부가 지방의 규제지역 일부를 이번에 해제한 건 향후 집값 상승 여력이 크지 않고 투기 세력이 몰릴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구 등 지방은 집값 하락세와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 증가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규제지역이 해제됐지만 집값 상승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는 등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데다 생애 최초로 주택 마련에 나서는 무주택자를 제외하면 부동산 대출이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개인이 받은 대출 총액이 1억 원을 넘으면 깐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는다. 종전에는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초과할 때만 적용을 받았다. 하지만 이달부터 총 대출액 1억 원이 넘는 대출자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비은행권은 50%)를 넘어서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 팀장은 “시장에 유동성이 여전히 많은 만큼 규제지역을 광범위하게 해제하면 투기 수요가 몰리거나 시장이 재과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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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0일 지방 일부 지역의 규제지역을 해제한 건 시장 원리에 따라 시장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이나 세종은 ‘집값 상승의 불씨’가 여전해 규제지역을 유지하지만 집값 하락으로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지방에는 집값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규제지역을 해제해 불필요한 규제를 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전 정부 때 세금 중과와 대출 규제로 일괄적으로 수요 억제책을 폈던 것과 달리 규제 완화로 거래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 ‘집값 안정·미분양 증가’ 지방 위주로 해제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곳은 모두 문재인 정부 때 규제지역으로 묶였던 곳들로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집값 하락세나 미분양 증가세가 이어졌다. 대구는 미분양 아파트가 5월 6816채로 지난해 말(1997채)보다 2배 넘게 늘며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린다. 대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째 하락세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전남 광양시와 여수시 아파트값도 지난해 12월 이후 내림세다.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전국적으로 아파트값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4%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값은 5개월여 하락세이거나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서울 등 수도권과 세종은 여전히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고 부산 광주 울산 포항 등도 여전히 조정대상지역을 유지한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여전히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지역 해제가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를 방지하는 동시에 투기 수요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해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에 유동성이 여전히 많다”며 “규제지역 해제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으면 언제든 투기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 ‘규제지역 유지’ 세종 포항 등 지방은 반발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은 대출, 세제, 청약 등의 규제가 완화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집을 사거나 팔 수 있는 출구가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9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이 각각 40%, 50%이지만 비규제지역으로 되면 70%로 높아진다. 세제도 조정대상지역에선 2주택자 취득세가 8%지만 비규제지역은 1∼3%로 줄어든다.

대구 달서구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집주인들에게서 ‘이제 집값 좀 제대로 받아 달라’고 연락이 왔다”며 “거래가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전남 광양시 한 공인중개업소는 “규제지역이 됐을 때 너무 억울했는데 이제라도 다행”이라며 “일부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전했다

반면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했다가 안 된 곳은 반발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3중 규제(투기지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를 받는 세종시는 49주째 아파트값이 하락 중이지만 청약 경쟁률이 높은 등 집값 상승 여력이 있어서 해제 대상에서 빠졌다. 세종 주민들 사이에선 “집값이 충분히 떨어졌는데 최소한의 규제도 해제되지 않았다”, “이제 막 성장하는 도시인데 서울 강남 수준의 규제를 가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경북 포항시도 비슷하다. 포항시 관계자는 “올해 집값 안정화가 뚜렷하다”며 “규제지역 해제를 계속 요구하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연내 규제지역 추가 해제도 검토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금리 인상 등과 미분양 적체 등으로 규제를 풀긴 풀어야 한다”면서도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분양가에도 직접 영향을 줘서 단계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세종=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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