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분야 논문, 기왓장 찍듯… 표절 검증시스템 과부하로 구멍”[기자의 눈/김민수]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입력 2022-06-28 03:00 수정 2022-06-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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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동아사이언스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인공지능(AI)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과학계는 1차적으로는 연구자 개인의 일탈로 봐야 하지만 연구자와 연구비, 논문이 쏟아지는 AI 학계에서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논문은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23일 AI 분야 최고 학회 중 하나인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 2022’에서 우수 논문에 뽑혀 발표됐다. 하지만 표절 의혹으로 논란이 됐다.

연구자들은 AI에 관심이 집중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논문 검증에 허점이 불거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학회 측에 따르면 2017년 제출 논문 수는 2620편에 그쳤지만 2019년 5160편, 올해는 8161편이나 제출됐다. 2년 만에 2배 가까이, 5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검토 논문 수가 폭증하다 보니 검증 시스템에 부하가 걸려 허점을 노출했다는 것이다.

국내 한 AI 연구자는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논문과 보고서에 AI라는 단어가 빠지면 안 될 정도”라며 “그렇다 보니 마치 기왓장 찍듯 논문이 무한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자에 따르면 윤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이번 학회 논문집에 4, 5편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채택률이 25%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연구팀에서 약 15편의 논문을 제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제대로 검토하기 어려운 분량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자는 “이 과정에서 꼼꼼히 검토하지 못했고, CVPR 논문 검토 전문가들도 놓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한국 AI 연구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골적인 표절로 한국인 연구자 논문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윤 교수를 포함한 저자들은 표절을 인정하고 논문 철회를 요청해 서울대는 연구진실성조사위원회를 27일 개최했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논문 저자들은 징계와 불이익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양산형 논문의 문제점은 없는지, 한국 AI 연구자들의 추가 피해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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