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45채 싹쓸이’… 외국인 부동산투기 칼 빼든다

최동수 기자

입력 2022-06-24 03:00 수정 2022-06-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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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등 오늘부터 1145건 조사
中 국적이 53% 차지… 美는 26%
‘외국인 거래허가구역’ 지정도 추진



40대 미국인 A 씨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와 인천, 충청 지역을 돌며 주택 45채를 ‘싹쓸이’했다. 단지마다 7채씩 통으로 매수한 단지만 3곳에 이른다. 내국인이었다면 불법·이상 거래로 조사받았을 만한 거래들이지만 그는 최근까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앞으로는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도 투기가 의심되면 정부가 조사에 나선다. 외국인 투기가 쏠리는 지역은 ‘외국인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국세청, 법무부, 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이달 24일부터 9월까지 외국인 투기성 거래 기획조사에 착수한다고 23일 밝혔다. 대상은 2020년 1월∼2022년 5월 외국인 거래 중 투기가 의심되는 1145건이다. 투기 의심 거래는 국적별로 중국이 52.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미국 26.4%, 캐나다 7.3%, 대만 4.3% 순이었다.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건수는 2017년 6098건에서 2021년 8186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거래량 자체는 전체의 1% 수준이지만 지난해 거래 중 64%가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수도권에 몰리는 등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거래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형도 다양하다. 17세 미국인 B 씨는 2018년 서울 용산구에 있는 27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했고, 경기에선 8세 중국인이 1억6000만 원짜리 주택을 사들였다. 국토부는 이들이 구입 자금을 편법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럽 국적의 한 외국인은 서울 강남의 주택을 105억3000만 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구입 자금을 해외에서 불법으로 들여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유학비자(D2)로 입국한 중국 여성 C 씨는 인천 빌라 2채를 1억8000만 원에 사들여 불법 임대해 매달 90만 원씩 수입을 거두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런 사례들을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에 통보하고 과태료 부과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착수한다. 시도지사 등이 ‘외국인 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 경우 실거주 목적 매입만 가능해진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비자를 거주(F2) 일부,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등으로 제한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도 추진한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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