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도 뚫었다…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처음

박민우 기자 ,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2-06-23 17:06 수정 2022-06-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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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약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고환율이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와 해외 자본 이탈을 부채질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의 복합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301.8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 130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이 달러가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단 사흘을 빼고 줄곧 올라 65원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하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에 불을 지폈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 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경기 연착륙을 전망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며 다음 달에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부추기고 외국인의 ‘셀 코리아’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원화는 재정·무역수지 적자와 가계부채 등 종합적 리스크가 반영돼 유독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패닉 셀링’(공황 매도)이 계속되면서 국내 증시는 이틀 연속 연중 최저점을 갈아 치웠다. 코스피는 1.22% 하락한 2,314.24로 마감했다. 이는 2020년 11월 2일( 2,300.16)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도 4.36% 급락한 714.40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5조5000억 원 넘는 한국 주식을 내다팔았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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