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기업들, 레고블록 맞추듯 누리호 협업… 250명 모두 주역”

변종국 기자 ,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6-23 03:00 수정 2022-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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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개발자들이 본 성공요인


“250명의 연구자, 산업계 관계자 모두가 주역입니다.”(원유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항우연과 기업들이 레고 블록 맞추듯 협업했죠.”(이원철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석연구원)

누리호(KSLV-Ⅱ) 발사에 성공한 다음 날인 22일 항우연과 각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등에서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감격했다” “최고의 날이었다” 같은 감탄사를 쏟아내면서도 한결같이 ‘협업’이란 키워드를 잊지 않았다. 항우연과 기업들의 긴밀한 ‘민관 콜라보’가 없었다면 우주시대를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 민관의 완벽한 하모니
박호원 현대중공업 책임은 “모든 참여 기업과 기관이 ‘원 팀’으로 한 몸처럼 움직였다”고 했다. 박 책임은 “문제가 생기면 일단 해결이 중요하니까 밤이 늦어도 바로 차를 몰고 6시간을 갔다”며 “책임 소재나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이 수석연구원은 누리호 프로젝트 전 과정에 대해 “항우연이 레고 블록의 밑그림, 크기, 색상을 그리면 기업들은 블록을 실제 조립하고 공정을 개발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해결 방안을 찾았다”고 요약했다. 모든 참여 기관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갔기에 절반의 성공이 아니라 완벽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상연 항우연 발사체보증팀장은 “발사가 한 차례 연기돼 힘들고 지쳤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게 성공 요인”이라고 했다.
○ 순수 국산 기술의 기적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차장은 누리호 엔진 개발에 참여한 지 10년이 됐다. 그는 “10년의 노고를 한 방에 날려 보내는 느낌이었다. 3단 분리 시 속도가 기준점인 초당 7.5km를 넘어 7.9km로 날고 있다기에 무조건 성공이구나 싶었다”며 전날의 전율을 떠올렸다.

현대중공업은 누리호의 ‘발사대 시스템’ 제작 및 구축을 맡았다. 2013년 나로호(KSLV-I) 발사대가 길이 33.5m에 140t 규모의 2단 발사체였는데 누리호는 47.2m, 200t의 3단 발사체로 커졌다. 박 책임은 “발사대 시스템 공정기술의 국산화율을 이번에 100%로 끌어올려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우주선 관련 연구 인력은 미국과 러시아는 수만 명에 이르고 일본도 1500∼2000명 수준이다. 김진한 항우연 발사체엔진개발부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5분의 1도 안 되는 250명의 연구 인력이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며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 뿌듯하다고 했다.
○ “우주사업도 민간 주도로 가야”
정부는 우주발사체 사업을 추후 민간 주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누리호의 주역들 역시 같은 생각이다.

KAI의 이 수석연구원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다”라며 “이젠 한국의 기술 수준이 올라왔으니 민간 사업체가 주도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책임은 “기업들이 인력과 인프라를 계속 유지하려면 누리호 외에도 계속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며 “관련 협력업체들의 부품도 계속 쓰고, 추가 개발도 해야 기술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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