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 1000조 육박…“민간부채 부실 뇌관 우려”

박민우 기자

입력 2022-06-23 03:00 수정 2022-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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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민간 부채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자영업자 대출이 올해 1분기(1∼3월)에만 50조 원 넘게 늘어 10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뛰는 가운데 대출 만기 연장 등 정부의 금융 지원 조치가 9월 말 종료되면 내년부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자영업자 부실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 자영업자 대출, 코로나19 이후 40% 급증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909조2000억 원)에 비해 51조5000억 원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 원)과 비교하면 40.3% 급증했다. 이는 개인사업자대출과 자영업자가 보유한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모두 더한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지됐던 올 1분기엔 매출 회복이 더딘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영업자금 대출 수요가 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2020년 이후 매 분기 10%가 넘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132조5000억 원의 대출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팬데믹 이후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부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며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데다 정부가 자영업자 손실에 대해 재정보다 금융 지원을 해온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 “내년 채무 상환 위험 본격화”
1000조 원에 육박한 자영업자 대출이 민간 부채 부실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한은도 자영업자의 채무 상환 위험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 등의 금융 지원책이 9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 데다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도 내년부터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복합 충격’ 시나리오에서 자영업 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올해 38.5%에서 내년 46.0%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복합 충격은 금융 지원 조치가 추가 연장 없이 종료되고, 손실보전금을 추가 지급하지 않으며, 매년 대출 금리가 0.5%포인트씩 오르는 것을 가정했다. 특히 하위 30% 저소득 자영업 가구의 DSR는 올해 34.5%에서 내년 48.1%로 13.6%포인트 급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8%를 넘어선다는 뜻이다.

한은의 가정보다 시중금리가 더 큰 폭으로 뛰고 있어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영세 자영업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다중 채무자 등 취약차주가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은 3월 말 현재 88조8000억 원으로 2019년 말(68조 원)보다 30.6% 증가했다. 한은은 “취약차주 비중이 높고 담보·보증 대출 비중이 낮은 여신전문회사와 저축은행 대출부터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 지원 조치를 단계적으로 종료하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에 대해선 채무 재조정, 폐업 지원 등의 출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시장과 연계된 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67.0%를 차지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과 주가 상승률의 상관관계도 코로나19 이후 6배로 뛰었다. 한은은 “향후 자산시장 변화가 대출 부실을 유발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불안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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