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담배냄새가 집안 가득…층간소음만큼 괴로운 층간흡연

김소영 기자

입력 2022-06-22 11:03:00 수정 2022-07-22 10: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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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장모 씨(30·여)는 비흡연자이지만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집안에 가득 찬 담배냄새 때문에 매번 인상을 찌푸린다. 이웃집 담배냄새가 화장실 환풍구를 타고 들어와 장 씨의 집 안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장 씨는 화장실 수건과 칫솔에 누가 피운 것인지도 모르는 담배냄새가 밴 것 같아 늘 찜찜하다. 담배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는 바람에 잠을 자다가 깬 적도 있다.

참다 못한 장 씨는 ‘집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쪽지를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 붙였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장 씨는 “공동주택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너무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 씨처럼 ‘층간흡연’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층간흡연이란 이웃의 담배연기가 환풍구, 출입문, 창문 등을 통해 다른 집 안으로 들어오는 간접흡연의 일종이다. 층간흡연은 층간소음과 마찬가지로 이웃간 다툼과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집이라는 사적공간에서 이뤄지는 흡연인 만큼 이를 강제로 규제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 층간흡연 노출 어린이, 아토피 발생 위험 1.4배
층간흡연과 같은 간접흡연은 불쾌감 유발을 넘어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간접흡연에 노출된 성인은 뇌졸중, 폐암, 심장질환 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어린이는 중이염, 천식 등 호흡기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특히 공동주택의 층간흡연이 어린이의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정훈 서울의료원 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5년 서울시내 공동주택에 살면서 부모가 비흡연자인 13세 이하 어린이 1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층간흡연 피해가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조사 시점으로부터 1년 내에 한 달에 1차례 이상 층간흡연 피해를 경험한 어린이들은 층간흡연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어린이들과 비교할 때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이 발생할 위험이 각각 1.46배, 1.38배, 1.41배 더 높았다.
● ‘금연아파트’도 층간흡연 막기엔 역부족
미국 캘리포니아 층간흡연 캠페인
층간흡연을 막기 위한 제도적 차원의 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권고 수준에 그친다. 공통주택관리법에는 “공동주택의 입주자들은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사실상 흡연자가 ‘노력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층간흡연을 중재할 주체도 마땅치 않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사무소에 그 역할을 맡기고 있다. 층간흡연 피해자가 관리사무소에 피해 사실을 알리면 관리사무소장 등이 층간흡연 피해를 끼친 입주자에게 흡연을 중단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주자 흡연을 일일이 제재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명 ‘금연아파트’ 제도도 층간흡연 피해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국민건강증진법을 근거로 공동주택의 거주자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해당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외부 공용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세대 내 주거 공간’은 지정 가능한 금연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금연아파트에서도 집이나 화장실에서의 흡연은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 “흡연자에게 경각심 줄 수 있는 캠페인 필요”
이 때문에 법적인 규제로 층간흡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집과 같은 사적인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강제적인 조치보다 더욱 중요한 건 ‘층간흡연의 위해성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고 지적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한국처럼 아파트가 많은 국가에선 공동주택 내 흡연에 대해서 경각심을 주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아랫집 성인이 핀 담배 연기가 환풍구를 타고 올라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윗집 어린이에게 퍼지는 영상을 캠페인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내 집에서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게 뭐 어떤가’하는 차원이 아니라, 층간흡연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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