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환자 인공와우 수술 빨리 할수록 좋아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2-06-22 03:00 수정 2022-06-22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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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인공와우 오해와 진실
달팽이관 대신하는 ‘인공와우’… 소리를 전기로 바꿔 뇌에 전달
수술 후 잔존 청력 50%는 유지… 보청기로 못 듣는 소리까지 들려
수술 적기 놓치면 ‘듣는 뇌’ 퇴화… 환자에 맞는 전극 찾아 수술해야




2020년 한 해에만 약 67만 명이 난청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그해 난청 진료환자는 5년 전과 비교하면 약 38% 늘었다. 어느새 난청은 특수한 질환이 아닌, 우리 틈에 스며들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는 질환이 되고 있다.

난청을 제대로 치료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의사소통 단절 및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불안 증세, 우울감, 심지어 치매 증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에 따르면 보청기로도 들리지 않는 고심도 난청인은 난청을 방치했을 때 치매 발생율이 5배 가까이 높아진다. ‘인공와우’는 이런 고심도 난청인들에게 있어 유일하면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난청 전문가인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와 함께 인공와우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인공와우가 무엇인가.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을 대신해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청신경과 뇌를 자극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장치다. 기존에 보청기로는 구분이 어려웠던 말소리를 또렷하게 전달해 주는 획기적이고 안정적인 의료기기다. 1, 2시간 안팎이 걸리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거쳐 인공와우를 착용할 수 있다. 귀 뒤에 삽입하는 임플란트와 외부에 착용하는 작은 어음처리기로 구성된다.”

―인공와우 수술은 언제 해야 하나.

“말 소리를 이해하는 부분은 달팽이관이 아니라 뇌다. 수술 적기를 놓칠 경우에는 오랜 시간 동안 소리 자극을 받을 수 없어 듣는 뇌가 퇴화하거나 청각이 다른 감각으로 대체될 수 있다. 선천성 난청은 생후 12개월 이전, 후천성 난청은 완전히 청각을 잃은 지 10년 이전에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다만 후천성 난청의 경우에는 청각을 잃은 지 40년이 지났더라도 수술을 하면 말소리 이해가 향상될 수 있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환자의 귀 속 고막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 잔존 청력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인가?

“인공와우의 임플란트 전극이 아주 미세하게 얇고, 최근 수술법도 개발되면서 잔존 청력의 대략 절반 정도가 유지된다. 수술을 하면 잔존 청력의 일부가 사라질 수 있지만, 보청기로도 듣지 못했던 사람들은 인공와우를 통해 잔존 청력 유지보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히려 잔존 청력 소실로 인한 걱정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수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더 많다.”

―한쪽이 아니라 양쪽 모두 인공와우 수술을 하는 추세다. 이유가 있나.

“많은 장점이 있다. 주변 소음이 많은 경우 양쪽으로 들으면 대화하는 상대방의 말소리를 이해하기 쉬워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다. 또 양쪽으로 들으면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파악하는 능력이 좋아져 행동이 민첩해지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양쪽으로 들으면 한쪽으로만 들을 때보다 기본적인 피로도가 크게 줄어든다.”

―소리를 청각신경으로 전달하는 인공와우 전극은 어떤가.

“환자 맞춤형으로 선택해야 한다. 본인에게 가장 맞는 인공와우 전극을 선택해야 수술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전에는 달팽이관 고실계의 바깥쪽을 타고 도는 얇은 ‘일자형 전극’과 고실계 안쪽으로 도는 굵은 ‘와우축 전극’이 있었다. 두 개의 전극은 장단점이 뚜렷해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 이 둘의 장점만을 딴 ‘얇은 와우축 전극’이 출시됐다. 신경원 세포를 효율적으로 자극해서 수술 결과가 좋아졌고, 잔존 청력의 보존 측면에서도 (기존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일자형 전극과 비교해도 차이가 거의 없었다.”

―최근 시도되는 하이브리드 인공와우는 무엇인가.

“하이브리드란 두 개의 기능을 합친다는 의미다. 여기서는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하나로 합친 형태다. 저주파 청력이 많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저주파 쪽을 인공와우 어음처리기와 연결된 보청기로 듣는다. 반면 중주파수와 고주파수는 인공와우로 듣는 방식이다. 저주파 청력이 많이 남아있는 난청을 ‘스키 슬로프 유형’ 난청이라고 하는데, 이 난청을 가진 사람들은 모음은 잘 듣지만 자음은 들을 수 없기에 말소리 인지가 낮아 인공와우 수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에 의하면 위에서 언급했던 ‘얇은 와우축 전극’을 사용하면 수술 3개월 후에 잔청(남아있는 청력)의 60%, 1년 후에 잔청의 50%가 보존되는 것을 확인했다.”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3가지를 꼭 유념해 주시길 바란다. 첫째, 인공와우 수술은 빨리 진행할수록 좋다. 둘째, 한쪽보다는 양쪽 인공와우로 들어야 효과가 좋다. 셋째, 환자별 맞춤형 전극을 선택하되, 일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경원 세포를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얇은 와우축 전극’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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