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최대 적자에도 C등급… ‘재무’ 나빠도 ‘동반성장’ 높은 성적

세종=김형민 기자 , 세종=구특교 기자 , 강경석 기자

입력 2022-06-21 03:00 수정 2022-06-21 04:4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정부, 130개 公기관 ‘2021년 평가’ 발표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발표됐지만, 평가 기준이나 항목에 따른 배점 등은 이전 문재인 정부의 기준을 그대로 준용했다. 문 정부는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같은 비계량적 ‘사회적 가치’ 지표에 배분되는 점수를 25점으로 크게 높여놨다. 윤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재무성과는 5점만 배분했다.

이 때문에 낙제점으로 분류되는 E등급(아주 미흡)이나 D등급(미흡)을 받은 곳은 안전과 윤리경영 등 사회적 가치에서 특히 낮은 점수를 얻은 곳이었다. 정부는 내년 평가부터는 재무성과 평가 비중을 높이는 등 윤 정부의 색깔을 뚜렷하게 내기로 했다.

○ 안전사고 많은 코레일, 최하 등급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아 기관장 해임권고를 받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해양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약점이었다. 특히 비슷한 기능을 가진 도로교통공단(A등급)이나 한국교통안전공단(C등급)보다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시 E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7월 서울행 무궁화호, 올해 1월 부산행 KTX 등의 탈선 사고 등 연달아 안전사고가 발생하며 평가 점수가 떨어졌다. 본업인 철도 운영 사업 성과도 부진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도 택배사업을 하면서 차량 안전사고가 많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농지투기 사건 영향이 이어져 2년 연속 D등급을 받았다. 윤리경영에서 2년 연속 최하 등급을 받기도 했다. D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경고 조치가 내려진다. D등급 이하를 받은 18개 기관에는 기관장은 물론 전체 임직원에게 성과급이 나오지 않는다. 경상경비는 0.5∼1% 삭감된다. 경영평가에서 E를 받거나 2년 연속 D를 받은 기관은 기관장 해임건의 대상이 된다.

반면 재무 성과가 좋지 않았던 일부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낸 한국전력과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강원랜드는 C등급(보통)을 받았다. 한전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은 최고 등급인 S등급(탁월)을 받았고 나머지 한전 자회사 역시 C등급 이상의 경영평가 결과를 받았다. 동반성장, 윤리경영, 재난·안전관리 분야에서 양호한 성적을 받은 결과다.

기재부는 내년부터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형 공공기관을 제외한 공공기관 중 일부를 선정해 재무 위험을 집중 관리하는 식이다. 부채 비율이 높은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과 한국농어촌공사, 국가철도공단,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이 대상 기관으로 거론된다.

○ 친문 인사 교체 신호탄 되나

이번 평가에서 기관장에 대한 해임 권고가 내려진 곳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1곳뿐이지만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일부 기관의 수장은 임기 만료 전 이번 평가를 계기로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등급을 받은 코레일의 나희승 사장, D등급을 받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종주 이사장, 마사회 정기환 회장은 친문 인사로 평가받는다.

국민의힘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던 주요 기관장에 대해 ‘알박기 인사’라고 규정하며 사퇴 압박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문재인 정권의 ‘알박기 코드인사’로 임명된 분들은 이제 그만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상식에 맞을 듯하다”며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한국원자력안전재단 김제남 이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인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총괄했고 김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 기후환경비서관을 지내며 탈(脫)원전 정책에 관여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