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에 민생 ‘아우성’인데…국회서 발묶인 ‘물가안정대책’

세종=최혜령기자 , 이지윤기자

입력 2022-06-20 16:59 수정 2022-06-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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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명동 식당가 모습. 뉴스1


인천 남동구에서 4년 넘게 일식 덮밥 가게를 운영해온 황모 씨(36)는 최근 폐업신고절차를 알아보고 있다. 거리 두기가 해제된 후 매출은 회복세지만 원재료비가 더 큰 폭으로 올라서다. 재료 준비부터 조리, 서빙까지 혼자 하지만 9000원짜리 새우튀김덮밥 한 그릇을 팔아도 손에 쥐는 건 2000원 남짓이다. 황 씨는 “이젠 팔아봐야 본전 뽑기도 어렵다”며 “끝도 모르고 오르는 원재료비에 결국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체감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경제고통지수가 치솟은 데에는 높은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지속된 탓이 크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올라 당분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특히 5월 수출입물가지수는 4월보다 3.6% 상승한 153.74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다. 수입 물가는 통상 1, 2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중소기업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A 창호공사 전문 기업은 공사 대금을 받아도 원자재 값도 못 대는 상황에 처했다. 세계 3위 생산국인 러시아가 전쟁에 뛰어들면서 최근 1년 새 알루미늄 가격이 2배가량 폭등했기 때문이다. 원청 건설사와는 1~3년 장기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원자재 값 인상분을 제때 반영하기도 어렵다. 경북의 B 건설 중소기업 관계자는 “건설 자재비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현장 셧다운이나 폐업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정부가 19일 민생 물가 안정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나타나려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국제유가 오름 폭이 이를 넘어섰다. 유류세를 더 낮춰 서민 물가 부담을 줄이려면 국회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가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내놓은 ‘대중교통 소득공제율 80% 상향’ 방안도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한다.

경제정책방향 역시 곳곳에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 산재해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법인세 최고세율 22% 인하’ 방안이 대표적이다. 1주택자에 한해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14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종합부동산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늦춰 2025년부터 시행하는 방안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투세는 당초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어서 관련 법이 올해 안에 통과돼야 한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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