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이 곧 창업”… 80여개 스타트업 키운 美 코넬텍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2-06-20 03:00:00 수정 2022-06-20 09: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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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강소공대를 가다]
〈상〉청년 일자리의 보고, 강소공대


올해 5월 미국 뉴욕 루스벨트섬 코넬텍 캠퍼스에서 열린 ‘오픈 스튜디오’ 현장. 사진 출처 코넬텍 페이스북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 코넬텍(코넬공과대학원) 캠퍼스. 창업 아이디어 축제인 ‘코넬텍 페스트’가 열렸다. 300여 명이 등록해 50달러(약 6만5000원)짜리 입장권이 일찌감치 동났다.

이곳에선 동문들이 창업 경험을 공유했다. 수면 데이터 서비스 스타트업 ‘웨스퍼’의 창업자 아미르 루베니 씨는 “코넬텍은 어떻게 창업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내게 완벽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며 “학문적 사고를 비즈니스 마인드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넬텍 테크 경영대학원(MBA) 졸업 뒤 임신부를 위한 의료 사업을 하는 즈바나이 산토스파비안 씨도 “교수진은 네트워크가 상당히 풍부하고 어떤 도움을 청해도 들어준다”고 했다. 행사가 열린 ‘타타 이노베이션 센터’는 이탈리아 초콜릿 브랜드 페레로, 뉴욕 투자회사 투시그마 등 5개 기업이 입주한 ‘산학(産學) 협력의 산실’이다.

美코넬텍, 졸업시즌 ‘창업 아이디어’ 경연… 채택땐 10만달러 투자






스타트업 키우는 美코넬텍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의 융합 모토 ‘신제품 개발+사업 아이디어’ 실무


석사과정 학생들 의무 수강해야… 학생수 2000명까지 늘릴 계획
뉴욕시,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혁신 스타트업 요람 꿈꾸며 지원
신설 스타트업 대부분 뉴욕서 사업



‘작지만 강한 공대’들은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의 ‘첨병’을 길러내고 있다. 신기술이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시대를 맞아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청년 일자리도 창출한다.

코넬텍의 홍보국장 애덤 코너시몬스 씨는 이번 행사에 대해 “뉴욕에서 테크 산업과 관계된 모든 사람이 모여서 머신러닝, 가상화폐 등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축제의 장”이라며 “앞으로 이 행사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행사엔 교수와 학생은 물론이고 기업인 벤처투자자 금융인 지역주민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자신을 코넬대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한 게리 왕 씨는 “가상화폐와 메타버스 등에 관심이 있다”며 “연사들의 의견을 듣고 사람들과 부담 없이 대화하려 와 봤다”고 말했다.
○ 코넬텍, ‘임시 교사’에서 테크산업 중심으로
20세기까지 범죄자를 가두는 교도소와 전염병 환자 격리 병원 등 이른바 혐오 시설이 자리 잡았던 루스벨트섬은 뉴요커들 사이에서 ‘버려진 섬’으로 통했다.

그랬던 이곳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부터다. 뉴욕시 당국은 이곳에 공원과 학교를 지어서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혁신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휘청거렸던 뉴욕 산업의 생태계를 다시 복원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야심이었다.

뉴욕시는 마침내 2010년 말 학교 부지를 무상으로 기증하고 전폭적인 행정 지원을 해주겠다는 ‘당근’을 내세워 전 세계 유수 대학들을 상대로 공과대학 설립 입찰을 진행했다. 여기에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18개 유명 대학이 도전장을 냈고, 코넬대-이스라엘 공과대(테크니온공대) 컨소시엄이 이듬해에 선정됐다. 뉴욕시 당국은 지하철과 버스, 케이블카가 다니던 이 섬에 페리 선착장까지 만들어 교통을 더욱 편리하게 했다.

2012년 맨해튼 첼시 지역의 구글 빌딩에서 임시 교사(校舍)로 출발했던 코넬텍은 2017년 루스벨트섬의 새 캠퍼스에 입주해 첫 학기를 시작했다.
○ 80여 개의 스타트업 배출
창업 아이디어 의견 나누는 코넬텍 학생들 올해 5월 미국 뉴욕시 루스벨트섬 코넬텍 캠퍼스에서 열린 ‘오픈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한때 ‘버려진 섬’으로 불렸다가 ‘테크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루스벨트섬에 있는 코넬텍 캠퍼스 전경. 사진 출처 코넬텍 페이스북·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코넬텍은 스스로를 “혁신 기술을 비즈니스와 융합하는 혁명적 모델”이라고 소개한다. 학문 추구에 그치지 않고 창업 지원과 산업계 인재 공급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스튜디오(studio)’라는 수업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넬텍에서 석사 과정을 다니는 학생이라면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코스로, 학생들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짜는 실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대학 그레그 패스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실습 경험은 실제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진다. 코넬텍은 2013년 퀄컴 창업자 어윈 마크 제이컵스 부부의 1억3300만 달러 기부를 받아 제이컵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경영대학원과 연구기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곳에서는 ‘런웨이 스타트업’이라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구현하기까지는 이를 현실에 맞게 발전시키는 도약 과정, 즉 ‘런웨이’(활주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매년 졸업식을 즈음해선 학생들이 팀을 짜서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오픈 스튜디오’가 열린다. 수상한 팀들은 각각 10만 달러에 이르는 초기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지난달 열린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쉬운 영어로 번역해주는 기술, 환자들이 병원비 청구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기술 등을 사업화하는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구성원 간 활발한 소통이 필수다. 코너시몬스 국장은 “코넬텍 교수들은 공유 오피스를 이용한다”며 “이는 학생들과 더 원활히 소통하고 협력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코넬텍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80여 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이 기업들의 대부분은 뉴욕에서 사업을 이어가면서 도시의 혁신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정원 규제 없어 학생 수 쉽게 늘어
2017년 루스벨트섬 입주 당시 300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코넬텍은 향후 학생 규모를 20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졸업생을 계속 늘리면서 뉴욕의 창업 붐을 일으키고 실리콘밸리에 대적할 수 있는 혁신 산업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포부는 미국 대학들이 교수·학생 비율이나 기반시설 규모 등을 고려해 학생 수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비록 일부 주의 행정조치나 법원 판결에 따라 입학 정원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례는 있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대학 정원을 강제하는 규제는 없다. 서부의 스탠퍼드대도 산업계에서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수요가 커지자 이 학과의 학부생 수를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늘렸다. 2009∼10학년도 컴퓨터공학과 학부생 수는 189명에 불과했지만 10년 뒤인 2019∼20년에는 745명으로 4배가량으로 급증했다.

코넬텍은 아직 미완성이다. 2037년까지 계속 부지를 확장해 5만 m²까지 캠퍼스를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캠퍼스에 각종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콘퍼런스 센터와 고급 호텔도 들어섰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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