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댐에서 백암산 케이블카까지… 화천에서 안보관광 만끽

장기우 기자

입력 2022-06-20 03:00 수정 2022-06-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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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바다 계곡… 강원의 여름이 부른다]
화천 평화의 고장
국민 성금으로 만든 ‘평화의 댐’… 홍수 조절 전용 댐으로 큰 역할
쾌속 유람선으로 30분이면 도착
6·25전쟁 탄피로 만든 ‘평화의 종’… 역사적 의미있는 공원도 볼거리
8월 개통 예정인 백암산 케이블카… 남북의 댐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접경지역’, ‘군사도시’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강원 화천군은 이제 ‘산천어축제’의 고장으로 불린다. 한겨울 얼음판 위에서 즐기는 산천어축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대박’ 축제가 됐다. 그러나 화천에 산천어축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접경지역인 만큼 다른 어떤 곳에서도 접할 수 없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안보 관광지가 즐비하다. 화천의 대표적인 안보 관광지를 소개한다.

쾌속 유람선 타고 ‘평화의 댐’으로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의 평화의 댐.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대 규모의 트릭아트 벽화가 그려져 있다.
화천은 6·25전쟁의 소용돌이를 한복판에서 겪은 땅이다. 그러다 보니 휴전 이후 자연스럽게 평화의 댐, 세계 평화의 종 공원, 꺼먹다리, 화천수력발전소, 칠성전망대 등 다양한 안보관광 자원이 자리를 잡았다. 이와 함께 수십 년 동안 ‘지뢰’, ‘철조망’, ‘비무장지대(DMZ)’, ‘군사도시’, ‘병영체험’, ‘안보전망대’ 등이 안보 관광의 대표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화천 안보 관광의 대표주자는 ‘평화의 댐’이다. 평화의 댐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스토리를 지닌 거대한 구조물 중 하나다. 댐 본연의 목적인 ‘담수’와 ‘발전’ 기능이 없는 홍수 조절 전용 댐이기 때문이다.

이 댐의 목적은 오로지 ‘평화’다. 북한 금강산 댐(임남댐)의 수공을 방어하기 위한 대응 댐의 용도로 전 국민의 성금을 모아 건설됐고, 지금까지 3차례에 걸친 증축과 보수가 이뤄졌다. 과거의 태생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후반과 2000년대 초반 강원·경기 지역의 집중호우와 북한의 예고 없는 금강산 댐 개방을 막아내며 홍수 조절 기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8년 3차 보수공사 후 댐 사면에는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세계 최대 규모의 ‘트릭아트’ 벽화 ‘통일로 나가는 문’이 그려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트릭아트는 착시 효과를 이용해 가상의 공간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입체 그림이다. 화가 등 전문 인력 20명이 3개월 동안 그린 벽화는 높이 95m, 폭 60m로 댐 본체에 구멍이 뚫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평화의 댐을 가기 위해서는 차량 및 파로호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굽이굽이 산길을 차로 가면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지만, 배편을 이용해 평화의 댐을 가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그동안은 간동면 구만리에서 평화의 댐까지 약 23km 구간을 바지선 물빛누리호가 운행하면서 사람과 차량, 화물을 실어 날랐다.

파로호 뱃길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유람선 ‘평화누리호’.
그러나 올해부터 관광객들을 위해 42인승 규모의 쾌속 유람선 ‘평화누리호’를 진수해 운항하고 있다. 넓은 통유리가 있는 시원한 실내와 쾌적한 휴게 공간을 갖춘 평화누리호는 이전보다 운항 시간이 단축돼 30분 이내에 평화의 댐에 도착한다. 운항 시간 동안 관광객들은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파로호의 속살을 보게 되고, 치열했던 전쟁의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평화의 염원 담아 탄피로 만든 대형 종


평화의 댐 인근에 설치된 세계 평화의 종.
평화의 댐 상층부에는 2009년 조성된 ‘세계 평화의 종 공원’이 있다. 이곳에 설치된 평화의 종은 높이 5m, 폭 3m, 무게 37.5t에 이른다.

이 종은 화천군이 6·25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화천을 평화의 땅으로 널리 전파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종을 세계 분쟁지역 30개국에서 수집한 탄피와 6·25전쟁 때 사용된 탄피를 녹여 만든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관광객들은 타종료를 내고 종을 칠 수 있는데, 모아진 타종료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들의 장학 사업에 쓰이고 있다.

종 옆으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달라이 라마, 미하일 고르바초프, 아웅산 수지 여사 등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핸드 프린팅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또 평화의 종 공원에는 29개국에서 보내 온 종들이 전시돼 있고 울림·평화의 정원 등이 조성돼 있다. 댐 하부 국제평화아트파크에는 탱크와 전투기, 대북 확성기가 거대한 예술품으로 변신해 평화의 소중함을 말없이 웅변한다. 평화의 댐 한쪽에 위치한 비목(碑木)공원에는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가 나무로 엮어 만들어진 십자가에 걸려 있다.

평화의 댐 인근 비목공원의 비목.
이곳에서 국민가곡 ‘비목’이 태어난 사연은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암산 계곡 비무장지대에 배속된 한 청년 장교는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이끼 낀 무명용사의 돌무덤 하나를 만난다. 그는 돌무덤의 주인이 자신과 같은 젊은이였을 거라는 깊은 애상에 잠기고, 조국을 위해 산화한 젊은 넋을 기리는 노랫말을 만들어냈다. ‘비목’은 1970년대 중반부터 가곡으로 널리 애창되기 시작했는데, 가사를 쓴 초급 장교는 바로 한명희 씨이다. 한 씨는 방송사 음악PD로 근무할 때 작곡가 장일남 씨로부터 작사 의뢰를 받고 군 시절의 돌무덤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다고 한다.

백암산 케이블카 안보관광 주인공 예약


이르면 8월 개통 예정인 화천 백암산 케이블카. 화천군 제공
이르면 8월 개통 예정인 백암산 케이블카는 화천 안보관광의 주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 케이블카 가운데 최북단에 있고, 남측의 평화의 댐과 북측 금강산댐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 가치가 남다르다.

백암산 케이블카는 2014년 3월 착공해 8년 만에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케이블카는 총연장 2.12km로 46인승 2대가 운행된다. 해발 1178m 산 정상에 오르면 남과 북의 거대한 댐 2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군사지역으로 반세기 넘게 보존된 자연 환경은 관광객들에게 낯선 원시림의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민간인 출입 통제선 이북에 위치해 사전에 출입 신청을 해야 하고, 하루 관람 인원이 500명으로 제한되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케이블카 이용 요금은 성인 및 청소년(13세 이상) 1만9000원, 소인(13세 미만) 1만4000원이며 화천군은 물론 강원, 경기 접경지역 9개 시군 주민은 30% 할인된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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