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연못에 핀 황금연꽃, 서울 한복판서 마법을 건다

김태언 기자

입력 2022-06-17 03:00 수정 2022-06-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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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슬 조각’ 佛 장미셸 오토니엘, 덕수궁 등 3곳서 ‘정원과 정원’ 展
황금연꽃-황금목걸이 ‘보물섬 마법’, 7500여장 유리벽돌의 ‘푸른 강’ 눈길
“덕수궁, 명상의 시간 갖기 좋아… 자연과 대화 나누듯 작품 느끼길”


서울 중구 덕수궁 연못에 놓인 장미셸 오토니엘의 ‘황금 연꽃’. 스테인리스 스틸 구슬로 연꽃 문양을 만든 뒤 금박을 입혔다. 연못 가운데 작은 섬의 소나무에는 꿈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황금 목걸이’를 제작해 걸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CJY ART STUDIO
유리구슬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58)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이 16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 등 3곳에서 열린다.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 구겐하임미술관 등에 초청받아 전시를 해 온 오토니엘은 서울 전시에서 주요 작품 74점을 선보인다.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다.

비가 내린 15일 오전, 연잎으로 뒤덮인 덕수궁 연못에는 빗물을 머금은 금색 꽃이 영롱하게 빛났다. 구슬을 엮어 만든 그의 대표작 ‘황금 연꽃’(2019년)을 비롯해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 있는 노송의 굵은 가지에는 금색의 ‘황금 목걸이’(2021년) 3점이 내걸렸다. 작품들은 평범했던 덕수궁 연못을 보물섬처럼 보이게 했다. “세상에 다시 마법을 건다”는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오토니엘은 “정원은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정원은 장소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예술이 펼쳐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오토니엘은 2000년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 베르사유 궁전, 프티팔레 미술관 같은 공공 공간에서 자신의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오토니엘이 서울 전시를 준비하며 낙점한 곳은 덕수궁이었다. 그는 “처음 덕수궁에 왔을 때 명상의 시간을 갖기 좋았다”며 “한국 정원의 시적인 분위기에 스며들게 하고 싶어 과시하듯 보이는 크기로 만들지 않았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듯 작품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시장의 ‘푸른 강’. 유리벽돌 7500여 장을 바닥에 설치한 작품으로 인도 유리 장인들과 함께 만들었다. ‘푸른 강’ 위로 14개의 거대 유리조각이 공중에 떠 있거나 바닥에 놓여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CJY ART STUDIO
덕수궁 정원을 지나 미술관에 들어서면 전시관 중앙에 위치한 ‘푸른 강’(2022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이 26m, 폭 7m에 이르는 바닥에 푸른색 유리벽돌이 깔려 잔잔한 강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7500여 장의 푸른색 유리벽돌은 멀리서 보면 황홀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기포가 보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아름다움의 현실적인 취약함을 표현했다. ‘푸른 강’ 위로는 작가 고유의 매듭 연작 14점이 놓여 있다. 유리 조각인 이들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며 무한한 가능성과 인연의 영원성을 표현한다.

미술관 벽면은 ‘프레셔스 스톤월’(2021년)이 장악했다. 색색으로 구운 유리벽돌 조각들은 조명을 받아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불타오른다. 오토니엘은 “2009년 인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 언젠가 집을 짓겠다면서 벽돌을 쌓아두는 모습에서 꿈과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국가 봉쇄령 시기에 밖으로 나갈 수 없어 희망이 없을 때 매일 일기처럼 같은 수의 벽돌을 다른 색 조합으로 쌓았다. 창작의 에너지를 되찾고 싶었다”고 했다.

꽃을 그린 회화 작품도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 광업으로 유명한 프랑스 동남부 생테티엔에서 자란 오토니엘은 우울감이 감도는 도시에서 반짝이는 꽃과 그에 얽힌 이야기에 심취했다. 그는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꽃가루가 퍼지는 모습을 담은 신작 ‘자두꽃’(2022년)을 내놨다. 이는 덕수궁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했다. 8월 7일까지. 무료, 덕수궁 입장료 1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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