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연못에 핀 황금 연꽃…‘유리구슬 조각’ 장인의 마법

김태언 기자

입력 2022-06-16 11:21 수정 2022-06-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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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슬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58)의 마술같은 작업이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진다. 16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등 3곳에서 오토니엘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이 열린다. 오토니엘의 주요 작품 74점을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그의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다.


덕수궁 관람 후 서소문본관 야외조각공원을 거쳐 전시실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을 추천한다.

비가 내리던 15일 오전, 연잎으로 뒤덮인 덕수궁 연못에는 빗물을 머금은 금색 꽃이 영롱하게 빛났다. 구슬을 엮어 만든 그의 작품 ‘황금 연꽃’(2019년)을 비롯해 덕수궁 연못 중앙에 자리한 작은 섬의 소나무에 걸린 ‘황금 목걸이’(2021년) 3점 등은 평범했던 덕수궁 연못을 마치 보물섬처럼 보이게 했다. “세상에 다시 마법을 건다”는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었다.

정원은 오토니엘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그에게 정원은 단순한 장소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예술이 펼쳐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오토니엘은 2000년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 베르사유 궁전, 프티 팔레 같은 공공 공간에서 자신의 예술 작품을 펼쳤다. “나에게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열망이 있다”는 오토니엘이 서울 전시서 낙점한 곳은 덕수궁이었다. 그는 “처음 덕수궁에 왔을 때 내적인 명상의 시간을 갖기 좋았다”며 “한국 정원의 시적인 분위기에 스며들게 하고 싶어 과시적인 크기로 만들지 않았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듯 작품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토니엘의 작품으로 피어난 ‘꽃’은 실내에서도 만나볼수 있다. 덕수궁 정원을 지나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이 바로 그의 꽃 회화다. 어린 시절 광업도시에서 자란 오토니엘은 우울감이 감도는 도시 속에서 반짝이는 꽃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에 심취했다. 그는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꽃가루가 퍼지는 모습을 담은 신작 ‘자두꽃’(2022년)을 내놨는데, 이는 덕수궁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했다. 오얏꽃은 자두꽃의 고어로, 저항과 끈기를 의미한다.

전시장 내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푸른 강’(2022년)이다. 길이 26m, 폭 7m에 이르는 바닥에 푸른색 유리벽이 깔려 잔잔한 강을 연상시킨다. 7500여 장의 푸른색 유리벽돌은 멀리서 보면 황홀하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기포가 보인다. 이는 아름다움의 현실적인 취약함을 표현했다. 푸른 강‘ 위로는 작가 고유의 매듭 연작 14점이 놓여있다. 유리 조각인 이들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며 무한한 가능성과 인연의 영원성을 표현한다.


미술관 벽면은 ’프레셔스 스톤월‘(2021년)이 장악했다. 색색으로 구워진 유리벽돌 조각들은 조명을 받아 생명력이 있는 듯 불타오른다. 오토니엘은 “2009년 인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 언젠가 집을 짓겠다면서 벽돌을 쌓아두는 모습에서 꿈과 희망을 봤다. 프랑스 국가 봉쇄령 시기에 밖으로 나갈 수 없어 희망이 없을 때 매일 일기처럼 같은 수의 벽돌을 다른 색 조합으로 쌓았다. 창작의 에너지를 되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8월 7일까지. 미술관 무료, 덕수궁 입장료 1000원.



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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