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화물차 1.6%만 파업에도 산업계 ‘마비’ 위기 왜?

이건혁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22-06-16 03:00 수정 2022-06-16 08:3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화물연대 파업 철회 이후]
① 핵심 항만 봉쇄 ② 수출입 컨테이너車 가담 ③ 비노조원 동조
화물연대 ‘정밀타격’ 등 전략 먹혀
산업계 “국가산업 볼모로 실력행사… 정부, 법적 처벌 등 대책 마련을”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고 물류수송을 재개한 15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출입구 켄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통과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본부 파업이 종료된 후에도 산업계에서는 ‘물류대란’이 언제든 재발 가능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국 화물차량의 1∼2%만이 파업에 참여했는데도 조 단위 피해가 발생한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15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업용 화물차는 약 42만 대이고, 화물연대 조합원은 2만2000명이다. 7∼14일 파업에 참여한 화물연대 조합원 수는 일평균 6760명가량으로 나타났다. 전체 화물차의 1.6%만 파업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 전체가 ‘마비’ 위기에까지 내몰린 배경으로는 화물연대의 정밀타격 전략이 우선 언급된다. 화물연대는 파업 시작과 함께 부산, 경기 평택 등 수출이 이뤄지는 주요 항만부터 봉쇄했다. 시멘트의 경우 경기 의왕시 유통기지 등 물류에 큰 영향을 주는 곳을 집중적으로 막아 세웠다. 화물연대는 파업 효과를 극대화할 목적으로 파업 둘째 날 긴급지침을 내려 현대자동차 공장에 들어가는 부품 반입을 막아서기도 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처럼 전 산업 부문에 영향이 큰 곳이 주요 타깃이 된 것도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두 번째 요인은 ‘육상물류의 동맥’이라 불리는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벌크 트레일러(BCT) 등의 차주들이 유독 화물연대 가입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 차량은 물류 거점과 거점을 오가며 화물을 대량으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대체 차량을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물류의 약한 고리를 잘 알고 공략했기 때문에 파업 효과가 빠르고 크게 나타난 것”이라며 “매번 파업 때마다 반복되는 일인데도 대책이란 걸 본 적이 없다”고 허탈해했다.

유가 고공행진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한 비노조원들의 소극적 동참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화물연대의 물리력 행사에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상당수 비노조원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산업계에서는 화물연대라는 특정 단체에 핵심 물품 수송을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물류대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정한 길목을 막는 실력 행사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효과적인 대책을 찾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재계에서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가 좌절될 경우 언제든 파업으로 내달릴 것”이라며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항만이나 특정 공장 출입을 봉쇄하는 물리력 행사에도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과격한 투쟁 방식에 대해서는 비노조원은 물론이고 일부 노조원들의 반발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역협회 산하의 화주협의회는 화물연대의 지속적인 파업에 대해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국가 산업 및 경제를 볼모로 하는 이번과 같은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실력 행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