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리 만난 이재용, ‘반도체 전략적 협력 강화’ 논의

송충현 기자

입력 2022-06-16 03:00 수정 2022-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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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후 6년만의 회동… “ASML 장비 안정적 공급 요청”
ASML-IMEC도 잇달아 방문… 반도체 경쟁력 강화 행보 가속
재계 “설계- 파운드리 기술개발로… 미래시장 개척 나서겠다는 신호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ASML 생산라인에서 페터르 버닝크 ASML CEO(왼쪽에서 세 번째) 등과 반도체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왼쪽 사진). 이 부회장은 앞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헤이그 총리 집무실에서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오른쪽 사진). 삼성전자 제공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와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페터르 버닝크 최고경영자(CEO)를 연이어 만났다. 반도체 부문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총리 집무실에서 뤼터 총리와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가 만난 건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이 부회장이 뤼터 총리를 만난 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핵심 국가로 꼽히는 네덜란드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는 특히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은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뤼터 총리에게 최첨단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ASML의 EUV 장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네덜란드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뤼터 총리를 만나기 전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과 함께 ASML을 방문해 버닝크 CEO 등 주요 경영진과 만났다. 이 부회장은 버닝크 CEO의 안내로 ASML 공장 내부를 직접 둘러보면서 양사 간 협업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이 EUV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은 물론이고 양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업체별로 설비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필수적인 EUV 장비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이번 네덜란드 방문으로 EUV 장비 확보에서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15일(현지 시간)에는 벨기에 루뱅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를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뤼크 판 덴 호브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의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인공지능(AI),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 분야 연구 과제에 대해 소개받았다.

이 부회장의 IMEC 방문은 반도체 외의 미래 전략사업 분야의 신기술 개발을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삼성은 지난달 2026년까지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AI와 바이오, 6세대(6G) 통신 등 신규 사업 개발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첨단 반도체와 함께 미래 전략 사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IMEC는 이 부회장이 향후 사업 구상을 구체화하는 것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ASML과 IMEC를 연달아 방문한 건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에서 차세대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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