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묶인 기업-변화 못따라간 정책…국가경쟁력 후퇴 ‘부메랑’

세종=김형민 기자 , 세종=박희창 기자

입력 2022-06-15 19:01 수정 2022-06-1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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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크게 후퇴한 이유는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들이 많아 기업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며 재정이 악화된 영향도 작용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구조는 급변하고 있지만 연금개혁이 미뤄지며 정부의 대응능력이 약해진 점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 기업들, 규제 탓에 인재 유치 못 해
1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63개국 가운데 27위로, 3년 만에 순위가 하락했다.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부분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번 평가는 2022년 3~5월 세계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해당 국가의 2021년 계량지표를 통해 도출됐다.

한국은 기업 효율성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생산성과 노동시장, 경영활동 등을 종합한 기업 효율성은 지난해 27위에서 올해 33위로 1년 만에 6단계 추락했다. 그 중에서도 노동시장 순위가 37위에서 42위로 5단계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인재유치 우선도’는 6위에서 18위로 12단계나 미끄러졌다. 기업들이 노동 규제로 인재를 적극 유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에선 기업 효율성을 높이는 최우선 요건으로 노동규제 완화를 꼽는다. 노동시장 규제가 지나치게 경직적이어서 소모적인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건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제시한 개선방안의 핵심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고소득·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면제제도 도입 △재량 근로시간제 개선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 등 5가지다.

경영활동 가운데 ‘기업의 기회와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정도’는 20위에서 35위로 15단계 떨어졌다.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면 신산업 규제가 대폭 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업이나 신산업 투자 같은 ‘기업가 정신 공유도’는 35위에서 50위로 급락했다.
● 정부 정책, 경제변화 못 따라가
한국의 정부 효율성이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6위로 떨어진 건 급격히 늘어난 재정지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 확대는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올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요구로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는 당초 정부안보다 불어났다. 게다가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대응 지출을 줄이는 동안 정부는 올해 들어 2번의 추경을 편성했다.

‘정부정책의 경제변화 적응도’는 43위에서 46위로 하락했다. 정부의 규제나 정책 역시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위기는 지난해 이미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 때 예견할 수 있었다”며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등 미리 위기에 대비했어야 했다”고 평했다.

한편 지난해 3위였던 덴마크는 이번에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라이벌로 꼽혔던 아시아 신흥국들은 대다수 한국을 크게 앞섰다. 싱가포르가 3위, 홍콩이 5위, 대만 7위를 점했다. 미국은 지난해와 같은 10위를 유지했고 중국은 지난해 16위에서 17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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