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행복은 소득 순?… 사내 2위 연봉이 3위보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 정리=조윤경 기자

입력 2022-06-15 03:00 수정 2022-06-1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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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은메달이 느끼는 행복
동메달 수상자보다 크지 않아
아쉽게 놓친 1위에 실망감 커
성적보다 심리적 요인이 좌우



소득만큼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있다. 순위, 계급 또는 계층이다. 순위, 계급 또는 계층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보다 보통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순위 효과(Rank Effect)’라고 한다. 순위 사이 격차에 따라 느끼는 행복의 정도가 달라지는 현상은 ‘한계 순위 효과(Marginal Rank Effect)’라고 부른다. 최근 영국 런던정경대 연구팀은 이 순위 효과와 한계 순위 효과를 시상대에 선 올림픽 참가 선수들로부터 느껴지는 행복도를 통해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먼저 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 지역사회 주민으로 구성된 756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피험자들은 영국 런던에 있는 한 대학의 행동연구소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영국팀 메달리스트들의 시상식 영상을 보고 수상자들이 느끼는 행복도를 평가했다. 피험자들은 해당 선수의 행복도에 대한 평가를 ‘0’(전혀 행복하지 않은 상태)부터 ‘10’(최고의 행복도)까지의 척도로 기록했다.

분석 결과 피험자들은 예외 없이 금메달리스트가 가장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등은 다른 순위와의 격차에 상관없이 제일 행복한 집단으로 인식됐다는 뜻이다. 이는 순위나 계급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위 효과’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반면 은메달리스트에게선 ‘순위 효과’와 ‘한계 순위 효과’ 모두가 관찰됐다. 은메달리스트의 성적이 금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에 더 가깝고 2, 3위 간 성적 격차가 적어 치열한 경쟁이 진행된 경우 피험자들은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은메달리스트가 금메달을 아깝게 놓친 경우, 즉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 간 순위 격차가 큰 경우에 피험자들은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가 느끼는 행복도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은메달리스트는 상향 비교로 인한 아쉬움, 실망감, 후회가 3위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는 기쁨을 압도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동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따지 못하는 상황을 면했다는 안도와 환희의 감정이 충만해 보였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라고 여겨졌다.

올림픽 선수들의 행복도 평가 결과는 소득과 행복 간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소득이 비슷할 때는 더 높은 순위의 소득이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만, 순위 간 소득 격차가 클 때는 더 높은 순위의 소득이 반드시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급여를 받는 직원의 행복도는 2위와 3위 연봉자 간 연봉 격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3위 연봉자의 행복도와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그의 연봉이 3위 연봉자보다 최고 연봉자에 더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행복을 평가할 때 ‘맥락(context)’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행복은 성적 순위뿐 아니라 순위 간격 차, 즉 맥락에 따라서도 좌우됨을 명심하자.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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