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방폐물 해법 꼭 찾아야[기고/김소영]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입력 2022-06-15 03:00:00 수정 2022-06-15 05: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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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과학 기술은 그 복잡성으로 웬만해서는 여론의 주목을 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자력 발전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는 이슈이며 실제로 19대, 20대 대선에서 민심의 향방이 크게 엇갈렸다.

그러나 원자력 찬반 입장을 떠나 분명한 사실은 원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용후 핵연료를 비롯한 고준위 방폐물 처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불리는 원자력 발전의 아킬레스건으로 최장기 미해결 국책 과제라는 별명처럼 40년 가까이 표류해 왔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는 주민투표를 통한 중저준위 방폐장 선정, 이명박 정부는 공론화의 법적 근거 마련 등 좀 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더디지만 조금씩 진전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공론화위원회, 문재인 정부는 재검토위원회를 운영해 고준위 방폐물 관련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각 단계마다 권위주의 시절 못지않은 갈등이 빚어졌다.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인 두 차례의 공론화에도 불구하고 탈핵단체와 일부 원전 지역 주민들은 편파적인 공론화라며 그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련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원자력계와 탈핵 단체가 같은 인식을 보인 것은 고준위 방폐물 문제가 초장기적인 계획과 실행력을 요구하는 만큼 정권에 흔들리지 않도록 특별법 제정과 강력한 집행력을 갖춘 독립적인 행정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작년 9월 김성환 의원 대표발의로 ‘고준위방폐물특별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고준위방폐물관리위원회를 특정 부처가 아닌 국무총리 소속 별도 행정기구로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지만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갈등이 여전하다.

첫째, 탈핵단체는 원전 부지 내에 저장 중인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대책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입장으로 이번 법안이 부지 내 저장을 명문화함으로써 임시 저장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원자력계는 부지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 한도를 설계 수명으로 규정한 조항을 향후 원자력 확대를 감안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고준위 폐기물 처분 계획이 ‘계획’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특별법에 부지 선정과처분장 확보 기한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넷째, 사용후 핵연료의 정의·처리·처분, 각종 의견 수렴 절차, 방폐물의 통합적 관리를 위해 원자력진흥법, 원자력안전법, 방폐물관리법 등 타 법과의 전체적인 조정과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책의 이해관계가 첨예할수록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법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럴수록 상반되는 입장의 최소공배수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타협하는 정치가 요구된다. 특별법 제정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우리 세대에서 고준위 방폐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번에 실기(失期)한다면 최장기 미해결 국책 과제가 아니라 최장기 무관심 국책 과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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