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도 않은 신차가 중고차로?”…화물연대 파업에 애꿎은 소비자만 운다

뉴스1

입력 2022-06-14 15:21 수정 2022-06-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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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14일에도 생산된 수출용 차량을 전남 장성의 임시 출하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갔다. 뉴스1

화물연대 파업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직접 차를 몰고 이동하는 ‘로드탁송’에 나선 가운데 신차 출고가 예정된 소비자들 사이에서 “로드탁송으로 받지도 못한 신차가 중고차가 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가뜩이나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1년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예정된 차량의 인수마저도 밀리고, 신차의 누적 주행거리가 100㎞ 이상을 넘어서는 등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신차 출고가 예정된 고객에게 로드탁송 관련 확인서를 보냈다. 확인서에서 현대차는 “이번 구입하는 차량은 화물연대 파업 이슈로 울산공장에서 지역 출고센터까지 로드탁송을 통해 차량을 이동하게 된다”며 “(로드탁송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2000km의 (추가) 주행거리 보증 연장 혜택을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일부 차량 출고 대기 고객들에게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차량 인도 기간이 수일 정도 길어질 수 있다는 안내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자동차 관련 인터넷 카페 캡처. © 뉴스1

현대차의 설명처럼 이번 로드탁송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울산공장 등의 탁송 차량이 멈춰섰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사무직 직원은 물론 현대글로비스가 채용한 대체인력을 투입해 울산공장에서 조립이 끝난 신차를 ‘로드탁송’으로 인근 영남·칠곡 출고센터까지 직접 옮기고 있다.

‘로드탁송’은 탁송 차량 운행 중단으로 현대차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안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온다. 현대차는 고객 확인서를 통해 “차량 출고시 적산거리계가 90km 미만은 정상”이라고 했지만 울산공장에서 영남·칠곡 출고센터까지 주행거리는 120~130km에 달한다.

오는 16일 신차를 받기로 돼 있던 A씨는 자동차 동호회 인터넷 카페에서 “차를 3년에 한번 꼴로 바꾸기 때문에 금지옥엽 아껴가며 주행할 생각은 없지만, 로드탁송을 할 경우 새차를 샀음에도 중고차를 받는 것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아 여러모로 고민이다”고 했다.

오는 20일 팰리세이드 신차를 인도받기로 돼 있던 B씨는 “차 출고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2000km를 추가로 보장해주겠다고 하지만 돌빵 등 탁송시 문제되는 요소에 대해 정확한 규정이 없어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로드탁송을 거부할 경우 신차 인도 기한이 또 다시 지연될 수 있어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이달 중 신차를 받기로 돼 있는 C씨는 “로드탁송을 거부할 경우 인도 순위가 뒤로 밀려 대기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로드탁송을 해야 할지, 거부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신차를 받기까지 최대 1년 이상을 기다린 와중에 또 다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도가 미뤄지는 등 각종 문제가 생기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화물연대가 애꿎은 소비자를 볼모로 삼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6월 기준 현대차의 인기차종을 신차로 받기까지 대기 기간은 최대 1년 6개월에 달한다. 현대차를 구입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는 D씨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생겨 생산 역시 지연될 수 있다”며 “화물연대는 소비자를 볼모로 삼은 것으로, 반도체 이슈로 생산 차질이 있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느낌”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도 현실적으로 대안이 마땅치 않으니 보상안을 내놓으면서까지 나름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로드탁송 말고는 대안이 크게 없는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이 빨리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더 길어지면 로드탁송 등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아 오토랜드 역시 파업이 시작된 지난 8일부터 수출·내수용 신차 수백여대를 오토랜드 광명 인근에 위치한 스피돔 주차장 등 수곳에 임치 주차하고 있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화성 공장의 경우 공장과 계약한 카 캐리어 200대 중 90% 이상이 화물연대 소속으로, 완성차 수송이 지연되고 있다.

화물연대가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공장을 타깃으로 삼은 지 7일째인 이날에도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라인은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대응 자동차업계 TF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로 5400대의 생산손실이 발생했다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에 따른 부품공급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누적되고 있으며 가뜩이나 반도체 수급 애로로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운 상황에서 힘들게 구한 부품 및 반도체마저 항만에 방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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