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입에도 안대는데 지방간이라니…“탄수화물이 범인일 수도”
뉴스1
입력 2022-06-14 08:23 수정 2022-06-14 08:24
© News1 DB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를 발표한 전문가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 영양소 균형이 잡힌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은 김원 본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최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은 간에 과도한 지방이 쌓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과음으로 인해 간 내 지방 합성이 촉진되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달리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과도한 열량 섭취로 인해 간 전체의 5% 이상 지방이 축적된 경우를 일컫는다.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방치하면 간섬유화나 간경변증을 거쳐 심하면 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김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보라매병원 제공) © 뉴스1
김 교수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으로 진단된 환자 129명과 정상 대조군 등 총 204명을 모집하고 탄수화물 섭취량에 따라 발병 위험에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아울러 그룹별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발병과 관련이 있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의 체내 발현 수준을 비교했다. 추가적으로 대상자들로부터 채집한 대변 샘플을 기반으로 탄수화물 섭취 정도에 따른 장내 미생물 환경 차이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탄수화물이 하루 섭취 칼로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고탄수화물 섭취군은 그렇지 않은 저탄수화물 섭취군과 비교해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탄수화물 섭취와 간 손상 마커(ALT)와의 상관관계는 고탄수화물 섭취군에서만 양의 상관관계가 확인됐으며, 잠재적 혼란변수를 조정한 뒤에도 통계적 유의성이 유지됐다.
탄수화물 섭취와 인슐린 저항성 바이오마커(HOMA-IR, adipo-IR) 사이의 연관성 또한 고탄수화물 섭취군에서만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진 고탄수화물 섭취군은 조직학적 중증도가 상승함에 따라 염증의 원인이 되는 장내 세균 발현이 증가했다.
반면 간섬유화 진행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베일로넬라시에(Veillonellaceae)’, ‘루미노코카세(Ruminococcaceae)’ 박테리아의 장내 풍부함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또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진단을 위한 예측 모델에 이런 3가지 미생물군을 추가할 경우 정확성이 86.1%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질량지수(BMI)와 연령, 성별만을 이용했을 때의 정확성인 74.3%보다 12%P가량 높았다.
교수팀은 고탄수화물 섭취가 장내 미생물 다양성에 부정적인 변화를 일으켜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병과 악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김원 교수는 “높은 비중의 탄수화물을 섭취할 경우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로 인해 간 대사기능 및 비알코올 지방간의 중증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 영양소 균형이 잡힌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 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과학기술 논문 추가 인용색인(SICE)급 국제학술지 ‘장 미생물 저널(Gut Microbes)’ 2022년 5월호에 게재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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