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원가 부담 커져…자동차·폰·PC도 줄줄이 오른다

뉴시스

입력 2022-06-13 13:48 수정 2022-06-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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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세계정세 속에 반도체 업계에 가격 인상 요인이 커지고 있다. 산업계 전반으로 연쇄적인 가격 인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에 수입 원료 가격도 오름세다. 이에 반도체 제조사가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필수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섬코(SUMCO)가 가격을 약 30% 인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료 생산업체인 쇼와 덴코(Showa Denko)가 회로 제작과 청소에 필요한 고순도 가스 가격을 20% 이상 올렸다. 특히 반도체 핵심 소재 네온의 전 세계 생산량 절반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받으면서 공급 가격은 1년 전보다 수십 배 폭등했다. 반도체 집적회로(IC) 포장재 수요가 지속 증가하면서 수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칩 포장 재료를 생산하는 스미토모 베이클라이트와 웨이퍼 운송 용기를 제작하는 신에츠화학도 가격을 각각 20% 인상했다.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 재료 수급 비용이 인상되는 불리함도 겪고 있다.

반도체 생산도 부족한 상태다. 현재 주요 장비의 리드타임(주문 후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은 과거 수개월에서 현재 2~3년까지 길어졌다. 웃돈을 얹어준대도 장비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반도체 원가 상승으로 제조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제조사와 공급사간 가격을 협의해 결정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산업의 경우 업계 선두인 대만 TSMC가 내년 초까지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TSMC는 지난해에도 위탁생산 계약가격을 인상했는데, 또 다시 올릴 전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제조 가격 인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제품별로 15~20% 인상된 가격을 올 하반기부터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3위 UMC는 수요가 높은 일부 제품에 대해 내년도 생산 가격 약 6% 인상안을 고려중이다. 4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올해 판매 단가를 10% 인상할 방침이다.

반도체 가격 인상은 자동차, 스마트폰, PC 등 수요 산업의 제조 원가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현재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면서, “3분의 1 가량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에서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생산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이는 원가 부담을 높여 가격 인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를 생산에 직접 투입하는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중, 칩을 생산에 직접 투입하는 산업의 가격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또 최근 국내에서는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4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어, 반도체 업계가 원료 수급 차질 가능성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가공에 필요한 원부재료 재고가 충분해 당장은 영향이 적겠지만, 사태가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발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최근 옐런 장관은 앞서 지난해 5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최근 “글로벌 공급망을 혼란스럽게 만든 다양한 코로나19 변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 가격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자신의 발언이 오판이었음을 인정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물가가 내려오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밝혀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이 최근 들어 완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의 가격이 2018년 7월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지난해 중반보다도 14%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노트북, 식기세척기, LED 전구, 의료기기 등 여러 제품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인 반도체 가격 인하는 이러한 완제품들의 가격을 가늠할 수 있어 물가 향방을 예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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