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미술에 연기까지…이 남자 본업이 대체 뭐야?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6-13 10:17 수정 2022-06-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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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엔터테이너’ 백현진 인터뷰

본업이 대체 뭔지 모르겠는 한 남자가 있다. 전방위 예술가로 불리는 백현진(50)의 이력은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국악 퓨전 밴드 ‘이날치’의 장영규와의 듀엣 ‘어어부프로젝트’(1997~)에서 시작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어어부…’의 음악들은 지금은 거장이 된 영화감독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년)과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1998년)엔 그들의 음악이 깔려 있다.

하지만 영화 ‘브로커’ ‘북촌방향’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에서 백현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그를 배우로 아는 경우가 많다. “주로 ‘한 없이 후진 남자’를 맡았다”고 말하는 그는 최근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선 잘나가는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한물 간 시사평론가 김성남을 연기했다.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연기는 품앗이 다니듯 드문드문 했던 지라, 몸에 연기를 바짝 붙여놔야 (나중에) 편하겠다 싶어 작년과 올해에는 작품을 꽤 많이 했다”며 “평소 혼자 일하는 사람이 스태프만 100명 넘는 현장에서 일하려니 굉장히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백현진은 주로 혼자 일해 왔다. 연남동 작업실에서 혼자 소리를 만들고 혼자 그림을 그린다. 홍익대 조소과를 중퇴하고도 꾸준히 그림을 그려온 그는 2017년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엔 리움미술관 전시에 출품할 그림을 작업 중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예술) 작업을 하고 산다는 건,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최대한 삭제하고 자기 안의 호기심을 탐구하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거죠. 이렇게 살려면 수많은 운이 따라야 된다고 봐요.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대신 저는 대출, 부동산, 주식은 근처에도 안 가요. 결혼을 안 했고 애도 없으니 돈 벌어서 저축 좀만 하고 다 써버려요.”

평범하지 않은 삶만큼이나 그는 독특한 목소리를 가졌다. 한때 “그런 목소리로 어떻게 연기를 하냐”는 타박도 들을 정도였다. 30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독무(獨舞) 공연 ‘은미와 영규와 현진’에서 그의 특이한 목소리는 악기로 변신할 예정이다.

“굉장히 느린 ‘허밍’으로 사람을 춤추게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렇게 축축 처지고 느려 터졌는데도 댄스곡이 될 수 있나 싶은 거요. 가사는 최대한 안 넣을 거예요.”

백현진, 장영규 그리고 안은미는 그야말로 자기 색깔대로 사는 예술가들. 별난 세 사람의 합동 무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플리즈(Please·제발)’. 그때도 안은미의 독무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도 그때처럼 즉흥적인 무대가 될 것 같아요. 안은미 씨가 짠 구조에 각자가 생각해온 것들을 무대에서 펼쳐놓는 방식이요. 당시만 해도 굉장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벌써 20년이 흘렀잖아요. 요즘 사람들은 힙하게 받아들일지 아니면 여전히 충격적으로 여길지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

7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전석 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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