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딛고 다시 뛰는 73세 ‘양싸부’[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 기자

입력 2022-06-12 12:00 수정 2022-06-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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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한번 모르고 70대 중반에도 골프 레슨
골든타임 지킨 덕분에 쓸어내린 가슴
“건강 과신은 독이 될 수 있어”
식단 조절과 가벼운 유산소 운동 필수


‘양싸부’ 양찬국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헤드프로가 힘차게 스윙을 하고 있다. 최근 뇌졸중으로 아찔한 상황을 맞았던 그는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는 것 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KPGA 제공

골프 교습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양찬국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헤드프로(73)는 얼마 전 생사의 경계를 넘나든 적이 있다.

경남 통영 로열CC에서 열린 골프 행사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서울에서 차를 몰고 375km 거리를 내려갔어요. 동승자와 밤새 번갈아 6시간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느끼기에 말투가 이상해진 것 같더라고요. 졸려서 그런 줄 알았죠.”

골프장에 도착해 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가 어눌해진 느낌을 받았다. 치과치료(임플란트) 영향으로 생각해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더니 뇌졸중의 전조증상 같으니 빨리 병원에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구급차를 타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거쳐 다른 종합병원으로 이송된 뒤 뇌경색 전문치료를 받았다. 1주일 입원 후 언어장애까지 회복할 수 있었던 그는 “빠른 판단과 신속한 조치가 이뤄져 다행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양찬국 프로. 양찬국 프로 제공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을 통칭하는 데 한번 발생하면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물건을 들고 있다가 떨어뜨리거나, 걸을 때 한쪽으로 쏠리는 팔다리 힘 빠짐이나 감각 이상, △얼굴이 마비되거나 감각의 이상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 △극심한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 등이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 과로, 수면부족 등의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전조증상을 항상 기억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 검사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조기 치료 여부가 사망률과 후유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희섭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경희대 제공
신희섭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은 ‘스피드 싸움’이다. 증상이 있으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큰 뇌동맥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의 경우 증상 발생 후 4시간 반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것이 치료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약물 치료가 실패하거나, 골든타임을 지났더라도 혈관 내 치료를 통해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어, 증상 발생 시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내원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혈관 내 치료란 사타구니를 약 2~3㎜ 정도 절개한 후, 대퇴동맥을 통하여 뇌혈관에 도관(카테터)을 넣어 혈전을 빼내어 뇌졸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70대 나이에도 골프 레슨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양찬국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헤드프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양 프로는 고엽제 후유증을 겪기는 했어도 건강만큼은 늘 자신 있었다. 미국 이민을 떠났다가 2001년 귀국한 그는 63세의 나이로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 투어 자격증을 땄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는 69세 나이로 우즈베키스탄 골프 대표팀 감독을 맡아 출전해 조카뻘 되는 선수들을 지도했다. 여름에는 오전 5시부터 캐디 교육에 나섰고 1년에 400라운드 가까이 돈 적도 많다. “직업이 골프인지라 정기적으로 라운드를 하고, 레슨도 해서 감기 한번 걸려본 일이 없었어요. 걷기와 근력은 동년배들보다 앞선다는 확신이 있었죠. 드라이버도 240m는 쳤어요.”

하지만 이번 일을 겪은 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 “‘난 튼튼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자유로운 식습관 탓에 시한폭탄을 안고 살았던 모양이에요. 그동안 제대로 받지 않았던 정밀 검사를 해보니 혈압과 혈당도 높고 고지혈증까지 있다더군요.”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양찬국 프로. 양찬국 프로 제공
퇴원 후 그는 의사 권유에 따라 맵고 짠 음식을 멀리하며 식사량도 70%로 줄였다. “회덮밥 먹을 때 밥은 반 공기에 초고추장도 잘 안 뿌립니다. 빵 떡 국수 라면도 거의 안 먹게 됐어요. 잠은 억지로라도 오후 10시면 들려고 해요.” 규칙적인 스트레칭으로 유연성도 기른 그는 레슨도 재개했다.

미국심장협회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평균 연령 72세의 골프를 치는 집단의 사망률은 15.1%로 치지 않는 집단의 사망률(24.6%)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골프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운동은 필수. 신 교수는 “뇌졸중 재발을 막으려면 혈관의 탄력성을 길러주는 운동이 필요하다. 혈압을 갑작스레 올리는 웨이트 트레이닝, 숨을 오래 참는 수영 보다는 가볍게 걷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한 햇볕과 고온에 오래 노출되거나, 찜질방 사우나 같이 온도 변화가 극심한 환경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햇볕을 막기 위한 모자를 쓰는 게 좋다. 야외활동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적절한 수분 보충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양 프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때론 몸을 해치는 독이 될 수 있다. 골프 스코어나 거리도 숫자일 뿐이니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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