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투기상품…그래도 여윳돈 생기면 사고 싶다 ”

황재성 기자

입력 2022-06-10 12:44 수정 2022-06-1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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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및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인식조사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 News1

“부동산은 투자(投資)보다 투기(投機)적인 상품이며, 규제가 필요하다. 그래도 여윳돈이 있다면 부동산을 사고 싶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좋은 것이고, 투기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둘을 무 자르듯 나누기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국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와 투기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

이런 원인은 투자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른 데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로 모는 ‘내로남불’ 식 평가가 확산돼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부동산은 투기적 성향이 많아 규제가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윳돈이 생기면 사고 싶다는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나오는 경우가 적잖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설문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전문업체 한국리서치가 격주로 발행하는 주간리포트(‘여론 속의 여론’) 최신호에 실린 보고서 ‘주식 및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인식조사’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 주식시장의 대표지수인 코스피가 3300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현재 2600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에서 ‘빚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대단했던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계속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진됐다. 여기에 덧붙여 주식투자와 부동산투자에 대한 인식 비교 작업도 진행됐다.

조사는 지난달 6~9일까지 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해 실시됐으며,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이 참여했다. 조사결과의 허용오차는 ±3.1%포인트였다.

● “부동산은 투기상품이다”

11일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투자와 주식투자에 대해 응답자들은 큰 인식 차이를 보였다.

일단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는 자산투자를 하지 않았고, 실제 투자를 하더라도 주식(38%)만 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이를 반영하듯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재산증식 투자수단으로 부동산(48%)보다 주식(75%)을 더 많이 꼽았다. 또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한 상품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27%)이 주식(9%)을 크게 웃돌았다.

심지어 투자와 투기 어느 쪽에 가까운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인 51%가 “부동산은 투기에 가깝다”고 응답했고, “투자에 조금 더 가깝다”는 27%에 불과했다. 반면 주식은 투기(35%)보다는 투자(43%)가 더 많았다.

이런 결과는 응답자들이 부동산을 투자보다는 투기적 성격이 강한 자산으로 보고 있으며,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등 좌파 정부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지기반을 의식한 이념적인 접근으로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며, 부동산 투자를 죄악시하고 규제 대상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여윳돈 생기면 부동산 사겠다”

하지만 투자자산 선호도에서는 부동산이 주식을 앞질렀다. 여윳돈이 생기면 무엇을 투자하겠느냐는 질문에 부동산을 꼽은 응답자가 주식보다 많았던 것이다. 또 투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부동산 선호도는 높아졌다. 일반적인 투자금은 57%(주식 43%), 큰 금액의 여윳돈은 65%(35%), 큰 금액의 대출금은 76%(24%)로 각각 올라갔다.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이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일반적인 투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자 가운데 남성 20~30대의 경우 40%에 머물렀지만, 40~50대는 53%, 60세 이상은 57%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여성 응답자들은 모든 연령층에서 절반 이상이 부동산을 투자하겠다고 대답했다. 20~30대가 52%였고, 40~50대는 67%, 60세 이상은 71%로 각각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문 정부 5년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벼락거지’ 등과 같은 신조어가 나올 정도였다”며 “이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판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주식투자 손해 봤지만 계속 하겠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가량은 현재 주식 직접투자를 하고 있었다. 1년 전보다 남성은 8% 포인트 늘어난 49%, 여성은 무려 13% 포인트 증가한 42%였다. 주식 직접투자를 시작한 시기에 대해선 2020년이 19%, 2021년이 24%, 올해가 7%나 됐다. 전체 직접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확신 이후 시작한 셈이다.

이런 직접투자자 10명 중 7명은 최근 2년간 주식투자를 통해 손실을 보고 있었다. 또 10명 중 3명은 손실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직접투자자 대부분(87%)은 “주식투자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현재 주식 직접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응답자 중 일부(30%)도 앞으로 주식 직접투자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식투자를 지속하려는 데에는 장기적으로 자산의 가격이 결국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단기와 장기로 나눠 주식시장 전망을 물었을 때 단기적으로는 하락(42%)이 상승(13%)보다 많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43%)이 하락(22%)을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높아 투자 진입이 쉽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이 투자 상품으로서 선호도는 높지만, 가격이 크게 올라 투자금액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안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주식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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