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철강-조선, 올 하투 심상찮다

김재형 기자

입력 2022-06-10 03:00 수정 2022-06-1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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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산업 전환기 맞물려 험로 예고
“임금인상 전년도 두배는 돼야”
“정년 늘리고 임금피크제 폐지”



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8일 현대차 울산 공장 본관에서 열린 사측과의 7차 교섭에서 “생산직 신규인력 채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생산라인 자동화로 생산직 대신에 연구개발(R&D)과 소프트웨어(SW) 인력 비중을 늘리려는 현대차의 계획과는 충돌되는 지점이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 전기자동차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밝힌 뒤 노조는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 왔다.

현대차 노조는 여기에 정년 연장까지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단체협약에 들어간 현대차 노사가 점차 갈등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 곳곳에서 노조의 고강도 하투(夏鬪·여름투쟁)를 예고하는 조짐들이 포착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미뤄 둔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에 대한 노조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등 올해 임금 교섭이 진행되는 완성차 회사 4곳은 전년도 임금 인상 합의안보다 두 배 이상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본급 7만5000원이 인상된 현대차의 경우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테이블에 16만5200원 인상안을 올려놨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어진 무분규 타결 행진이 올해 깨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월 임기를 시작한 ‘강경파’ 안현호 현대차노조 지부장은 6차 교섭 당시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회사 결단이 없다면 끝까지 간다”고 엄포를 놓았다. 안 지부장이 이끄는 현대차 노조는 ‘무분규 교섭’ 시기를 상징하던 노사 품질협의체를 폐기한 바 있다.

지난해 기본급 3만 원 인상에 합의했던 한국지엠 또한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에 통상임금(423만5108원)의 400%에 달하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전년보다 적자 폭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던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 또한 올해 기본급 9만7472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완성차 노조 집행부는 모두 강성으로 꼽힌다”며 “회사로서는 출고 지연 문제가 큰 고민거리인데, 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파업을 노조의 협상력 강화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수주 실적과 수익성 개선이 이뤄진 철강과 조선업계도 노조의 강한 임금 인상 요구에 맞부딪혔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달 2일부터 “현대차그룹이 지급한 격려금 400만 원 지급”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기본급 7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16만5200원 인상을 주장하는 임·단협 요구안을 최근 사측에 발송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금속노조 소속)들이 이달 2일부터 ‘임금 30% 인상’을 구호로 내걸며 부분파업에 돌입하는 등 임금 인상 요구가 비정규직 노동자 이슈로 번지는 분위기다. 더불어 고연령 현장 근로자가 많은 조선·철강업계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까지 요구하고 있어 사측과 격렬한 대립이 예상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민노총 금속노조도 임금 인상 요구안 가이드로 지난해(9만9000원)보다 43%나 높아진 월 기본급 14만2300원을 제시했다”며 “노조 전방위로 임금 인상 드라이브가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화물연대의 총파업 등 새 정부 집권 초기에 노조가 정부 및 업계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어 올해 임·단협은 분야를 막론하고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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