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이 저혼자 스르르…자율주행 택시, 강남 테헤란로 달린다

이건혁 기자

입력 2022-06-09 14:36 수정 2022-06-09 14:5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현대차그룹, 9일부터 시범 서비스 시작
완전 자율주행에 한 발 더 다가선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권에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 운행에 나선다. 약 3개월의 실증을 거쳐 이르면 8월 실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서비스를 개시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9일부터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 4단계가 적용된 전기차 아이오닉5를 활용한 ‘로보라이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로보라이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1월 열린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한 자율주행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다. 이용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차량을 호출하고, 차량 출발 후 자율주행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하게 된다. 서울 상암동 등에서 운행되는 자율주행차 서비스가 목적지와 도착지가 정해져 있는 셔틀버스 구조인 반면, 로보라이드는 정해진 노선이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과 함께 서울 강남구 현대오토에버 사옥에서 ‘자율주행 로보라이드 시범운행 착수행사’를 열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로보라이드의 첫 번째 이용자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실증 기간에는 내부 기준에 따라 선별된 체험단이 탑승하게 된다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들은 8월부터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행 시간은 도로가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대부분의 주행이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고 특정 구역이나 위급한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자율주행 4단계가 적용된다. 운전석에는 자율주행 관련 안전 교육을 이수한 비상운전자 1인이 동승한다. 승객은 최대 3명까지 탈 수 있다. 로보라이드 서비스 운영은 차량 호출 플랫폼 ‘아이엠’을 운영하고 있는 진모빌리티가 담당한다.

로보라이드에는 차량과 보행자가 많고, 변수도 다양한 서울 강남권 테헤란로를 주행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보행자, 대형버스 등이 있는 도로에서 스스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으며, 좌우회전은 물론 유턴도 할 수 있다. 아울러 서울시와 협력해 교통신호와 자율주행차가 연동되는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자체 개발한 관제 시스템으로 로보라이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시험 운행을 하며 주행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4단계 기술을 활용한 택시 서비스 실증에 뛰어들었지만, 한국은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한 발 늦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0년 70억 달러(약 8조7500억 원)에서 2030년 6565억 달러(약 8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자율주행의 핵심인 주행 데이터 축적 수준이 미국이나 중국 등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웨이모의 경우 2020년 기준 자율주행차 주행 거리가 3200만 ㎞에 이르며, 중국 바이두는 지난해까지 2100만 ㎞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자율주행 시범서비스에 나선 업체의 주행거리 합계가 72만 ㎞에 그친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업체들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혼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상용차에 자율주행 3단계 기술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GM크루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부 지역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 30대의 상용운행 허가를 받아냈다. 한국에서는 제네시스가 올해 중 레벨3 기술을 G90에 적용해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한경연은 레벨3 이상 고도 자율주행 차량의 기술 발전을 위해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제도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