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해법은 경기침체?…“물가 2% 수준 맞춰야”

뉴시스

입력 2022-06-09 12:48 수정 2022-06-0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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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유일한 해법은 ‘경기침체 유발’이라는 역설적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불황과 달리 경기가 정체되거나 저성장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우선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경제학자들이 저성장, 물가상승, 높은 실업률로 치닫고 있는 상황을 경고하고, 세계은행(WB)이 앞으로 수년간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음을 강조하며 전문가들의 분석, 전망에 대해 보도했다.

우선 스태그플레이션은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신용평가기관 피치 그룹의 런던 경제학자 브라이언 콜튼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경제가 호황이고 물가가 낮을 때 더 행복하다. 그런데 이 두 가지와 반대되는 상황이라면, 더 비싸져 더 많이 소비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와 블룸버그 경제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데이비드 윌콕스는 “전반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은 ‘잘 작동하지 않는 거시경제’를 정의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하면 모든 것이 어려워진다”며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인상하도록 강요하면 이는 성장을 훨씬 더 크게 둔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윌콕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기침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은 실업률이 올라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2%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경기 침체를 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며 “대중이 기대했던 임금 인상, 가격 설정 등을 재설정해 2% 수준에 일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수십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주로 공급망 문제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늘어난 소비자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

대유행으로 인해 공장들이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문을 닫게 됐고,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 제조업 국가인 중국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엄격한 폐쇄로 항구와 제조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수출이 막히자 세계적인 에너지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 밀 생산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봉쇄한 것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을 끌어올렸고 이는 심각한 기근 우려마저 나오게 했다.

이러한 요인들 중 일부는 세계 경제 성장을 약화시켰다. WB는 지난 7일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조정했다. 1월에는 4.1%로 전망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총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이 80년 만의 심각한 경기 침체라며 우려를 앞세웠다.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스태그네이션과 인플레이션의 원인 모두 복잡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데, 이 두 가지 문제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 해소 임무는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나 중앙은행들의 몫이다.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을 2% 정도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상 인플레이션이 그 수준을 넘으면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린다. 그러면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리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돼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수요를 감소시켜 물가 상승을 억누른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 수요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사업 운영 비용을 더 비싸게 만든다. 고용주들은 종종 그들의 노동력을 줄이고 실업률을 올리면서 대응한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고용주가 대규모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다. 시장 위험을 감수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실업률을 낮추려고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주가 고용을 늘리면 임금이 오른다. 그리고 임금이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오르게 된다. 그래서 감독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관해선 대부분 꼼짝 못 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전통적인 지혜는 금리를 올리고 경제 성장과 높은 실업률을 희생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먼저 대처하는 것이다.

그 근거는 시장이 지속해서 높은 소비자 가격에서 회복을 꾀하기보다 저성장과 실업에서 회복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윌콕스의 주장도 이러한 맥락이다.

경제학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불황과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의 한 측면은 경제가 저성장이거나 정체됐지만, 불황에서는 경제 생산량이 감소한다.

또 다른 점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는 반면, 불황은 낮은 인플레이션, 심지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

윌콕스는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동안 경제는 호황도 아니었고 불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태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 총재들이 지출을 억제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경제를 경기 침체로 몰아넣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주 요인이 석유, 밀, 철강 등 기초 품목의 가격 상승이기 때문에 관련 산업들을 규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은 1973년부터 1980년대 초에 나타났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아랍과 이스라엘 간 전쟁인 욤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 수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때 유가가 1년 만에 300%나 치솟았고 이는 다른 상품의 가격도 급등했다. 고용주들은 가격 충격에 대응해 높은 실업률을 초래하면서 그들의 노동력을 삭감했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실업이 역관계라고 가정했던 정책입안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그들은 틀렸고 미국의 규제 틀은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한 전략이 부족했다. 이 위기는 서방 국가들이 때로는 적대적인 수출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체 생품 생산 능력을 구축할 수 있을 때까지 이어졌다.

WP는 만약 스태그플레이션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에서 수년 동안 존재한다면 소비자들이 힘든 시기를 겪거나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의 반대편에서는 임금이 더 높아질 것이다. 즉 인플레이션을 유발 요인 중 하나인 임금 상승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냉각된 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투자 시장은 안정될 것이고 고용주들은 다시 고용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진정한 장기적 위험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신흥 및 개발도상국에 있다. 이들은 모두 시장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수입에 의존하는 주요 수출국들이다.

만약 경기가 위축된다면 개발도상국들이 서구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또 이들 경제는 외국인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경기가 위축되면 기업들은 위험성이 높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개발도상국들의 신용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세계 금융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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