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엔 ‘이열치열’ 보양식… 지나치면 오히려 해로워요

홍은심 기자

입력 2022-06-09 03:00 수정 2022-06-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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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이기는 보양법
가장 대중적인 보양식 삼계탕… 성장 촉진-운동기능 증진 효과
장어, 필수아미노산 고루 갖춰 비타민A-오메가3 지방산 풍부
추어탕은 세균 저항력 높여줘 미꾸라지 뼈째 갈아 칼슘 듬뿍
소화력 약하다면 섭취 삼가고, 성인병 환자는 영양 과잉 주의


예로부터 선조들은 여름이 되면 보양식을 통해 양기를 보하고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해 건강을 지켰다. 왼쪽부터 삼계탕, 장어구이, 추어탕. 게티이미지코리아

여름이 다가오면서 한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되는 날들이 늘고 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이 쉽게 피로와 체력저하를 느낀다. 나른하고 피곤해지며 입맛이 없고 밤에 잘 때 땀을 흘리느라 잔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든다. 특히 평소에도 기운이 없는 노인은 더운 여름을 잘 보내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찾게 되는 것이 바로 ‘보양식’이다.

박재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에게 보양식 섭취 등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여름철 몸의 찬 기운을 막는 보양식


예로부터 선조들은 양기를 보하고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보양식을 먹었다. 여름이 되면 삼계탕, 추어탕 등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서 ‘이열치열’의 지혜를 전수했다.

여름은 한의학적으로 서습(暑濕)한 계절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에 양기(陽氣)를 소진한다. 따라서 무더운 날씨에 비해 몸 안은 냉(冷)해질 수가 있다. 평소 몸 관리에 소홀했거나 자주 무리하게 일을 했다면, 양기 부족 증상을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신장의 양기가 부족한 노인은 보양식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보충해 줄 필요가 있다. 양기가 부족하면 △몸이 차짐 △숨이 가쁨 △허리와 무릎이 아프고 시큰거림 △팔다리가 가늘어지면서 냉해짐 △귀가 울리는 이명 증상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 보양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건강한 여름을 위한 추천 보양식 3가지


삼계탕은 가장 대중적인 보양식으로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다. 특히 육질은 가늘고 연하며 지방질이 섞여 있지 않아서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된다. 닭 날개 부위에 풍부한 뮤신은 성장을 촉진하고 성기능과 운동기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고 단백질의 흡수력을 높인다. 삼계탕에 곁들이는 인삼은 체내 효소를 활성화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피로 해소를 돕는다. 밤과 대추는 위를 보호해주고 빈혈을 예방한다.

장어는 필수아미노산을 고루 갖춘 고단백 식품이다. 일반 생선의 150배가량을 함유한 비타민A는 활성산소 제거, 시각 보호, 암 예방과 성장, 생식기능 유지 등에 효과가 있다. 장어는 오메가3 지방산(EPA, DHA) 함량이 높다. 오메가3는 성인병 예방과 뇌세포·신경조직을 구성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다른 어류에 비해 콜레스테롤이 다소 높게 함유돼 있지만 장어의 콜레스테롤은 필수지방산을 포함한 다량의 불포화지방산과 토코페롤 등으로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철분,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고 각종 비타민 B군이 많아 소화가 잘된다.

추어탕은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다. 다른 동물성 식품에서는 보기 드물게 비타민A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피부를 튼튼하게 보호하고 세균의 저항력을 높여 준다. 호흡 기도의 점막을 튼튼하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추어탕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으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미끈미끈한 미꾸라지의 점액물은 주성분이 뮤신이다. 위장관을 보호하고 소화를 돕는다. 미꾸라지는 칼슘도 많이 들어 있는데, 추어탕은 뼈째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칼슘 섭취를 높일 수 있다.


소화기관 약할 땐 영양 과잉 주의해야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보양식이 이로운 것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하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소화 기능도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양식의 과도한 섭취는 오히려 비위 기능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소화력이 떨어졌을 때 평소 잘 먹지 않는 재료의 보양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지방간 등 성인병을 앓고 있는 환자도 조심해야 한다. 과식, 음주, 운동 부족, 스트레스로 인해 기·혈·음·양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증상뿐만 아니라 영양 공급 과잉으로 인한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보양식은 대부분 열량이 높거나 고단백의 음식이므로 이런 경우 무분별한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

피로가 계속되면 보양식만으로 체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다른 질병이 없는데도 6개월 이상 피로 증상이 계속되고 기억력 감소, 집중력 저하, 근육통, 관절통, 두통, 수면장애 등이 동반된다면 ‘만성피로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만성적으로 피로가 쌓이면 체내 자율신경 조절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고 불면증,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받아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고 예민해지기 쉽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질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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