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상장심사 연기…“개미 무덤 만들 필요 없다?”

뉴시스

입력 2022-06-08 11:02 수정 2022-06-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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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이커머스인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의 상장 심사 기한이 이미 종료된 가운데 상장 심사 결과가 제때 나오지 않아 눈길을 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고, 지난달 말 심사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심사 기한이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상장 심사는 한국거래소 규정인 45 영업일을 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컬리는 상장을 하기에는 워낙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어 상장 심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다 보니 컬리 상장 심사를 늦추고 있다”며 “현 상황이라면 컬리 상장은 내년으로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특히 컬리 상장 심사에서 2가지 사항을 컬리 측에 보완 요청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김슬아 컬리 대표의 경영 안정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컬리는 시리즈 F까지 투자를 받으며 김 대표 지분율이 5.75%까지(지난해 말 기준) 떨어졌다.

컬리 지분의 과반수 이상은 중국·러시아·미국 등 외국계 벤처캐피탈(VC)들이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분율로 따지면 6대 주주에 그친다. 자칫 컬리는 상장과 동시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컬리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의결권을 위임 받아 우호 지분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적대적 M&A까지는 아니더라도 현 상황이라면 컬리 상장 이후 해외 자본이 투자금을 대거 회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이른바 ‘엑시트 리스크’다.

컬리는 이와 관련해 일부 투자자 지분의 보호 예수를 2년으로 할 방침이지만 투자자 엑시트는 투자자의 정당한 권리로 컬리가 이를 임의로 강제할 명분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선 김 대표가 본인 지분율이 지나치게 낮은 것과 관련해 상장 이후 본인이 컬리 경영에서 배제된다고 해도 크게 연연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또 한편으로 한국거래소가 컬리의 대규모 영업손실 때문에 상장 심사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컬리는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2020년 1163억원에서 지난해 2177억원으로 큰 폭 늘었다. 상식적으로 심사를 한다면 이 정도 영업손실을 보인 기업은 상장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컬리는 이른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의 특례 상장)에 맞춰 e커머스 국내 1호 상장을 노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테슬라 요건이 최근 같은 총체적 증시 위기 상황에서 과연 바람직하냐는 목소리도 높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 폭락이 불 보듯 뻔한 데도 테슬라 요건을 앞세워 영업적자 기업 상장으로 굳이 개인 투자자들의 무덤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논리다.

더욱이 최근 증시 상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고 있어, 컬리 상장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여기에 각국의 긴축정책으로 영업적자 기술주들은 크게 고전하는 분위기다.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이커머스 시장 영향력도 이전만 못하다는 진단이다.

국내에선 이미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같은 영업흑자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할 정도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컬리가 개인 투자자들의 무덤이 될 수 있는데도 한국거래소가 테슬라 요건이라는 현 상황에 걸맞지 않은 명분으로 컬리 상장을 허용해주면 나중에 책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컬리 내부적으로는 여유 자금이 충분해 굳이 상장을 안하더라도 사업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당초 연내 상장을 추진했던 이마트 계열 SSG닷컴도 내년으로 상장을 미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SG닷컴 관계자는 “현재 상장 준비는 다 돼 있지만 증시가 침체된 상황이어서 상장 실익을 저울질 하고 있다”며 “현재 주관사들과 시기를 조율 중이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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